시화로 거론되는 장미
시화로 거론되는 장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8.27 21: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시는 시의 상징인 시화(市花)를 현 실정에 맞게 바꿀 계획이라고 한다. 시에서 염두에 두고 있는 시화는 장미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익히 장미를 보아왔고 그 화려함도 좋아한다.

하지만 장미가 어떤 식물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이에 필자는 울산시가 앞으로 시화를 지정하는 것과 지정 뒤에 생길 수 있는 혼란과 부작용을 줄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에서 장미 재배는 고려 충렬왕 3년(1351) 10월에 ‘장미가 피었다(薔薇開)’는 기록이 처음 나온다. 조선 선조 11년(1578) 9월에는 ‘해변에 장미가 무성하게 피었다(海邊薔薇盛開)’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이 장미들은 오늘날 우리가 주로 재배하는 유럽쪽 품종과는 다르다. 근대적 장미는 1918년 일본에서 도입한 품종의 재배가 시작이며 1925년부터 재배가 성행하였다.

오늘날 우리가 주로 재배하는 장미는 1955년에 13품종, 1956년에 34품종을 일본에서 도입했다. 1980년대 들어 경제 성장의 여파로 꽃꽂이, 화환 등의 수요가 늘자 재배도 급속히 늘어 수입 품종이 늘었고 1990년대에는 일본 등 해외에 꽃을 수출할 정도로 급속히 발전했다.

1990년대부터 논의되던 비싼 로열티 문제는 2000년에 들어 국내 재배와 수출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까지 왔었다. 현재 농민들이 해외에서 장미 한 주를 사오는 가격은 2천500원 정도이다. 이 가운데 절반수준인 1천400원을 외국에 로열티로 지불하고 있다. 이러한 수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국내 학자들과 재배 농민들이 1995년부터 우리나라 기후 조건에 맞는 장미꽃 종자 개발에 뛰어들었고, 마침내 2000년 국내산 장미꽃을 피우는 데 성공했다.

울산에서 장미를 심는 것은 2000년까지 가정·학교·관공서의 정원에 몇 그루를 심는 것이 고작이었다. 대량으로 심게 된 계기는 2002년 월드컵 개최를 위해 월드컵 경기장을 만들면서 장미를 대량으로 심은 것이다. 이어 울산대공원에 장미원을 만들고 대량 식재를 하고 장미축제를 하고 있다. 시내 곳곳에 장미 110만 그루 사업도 전개하였다. 울산대공원에 장미계곡을 만들고 세계 최고의 장미원으로 브랜드화 한다고 한다. 울산대공원에 조성된 장미원은 올해 4만4천737㎡로 확장돼 용인 에버랜드 2만6천446㎡와 과천 서울대공원 4만1천925㎡보다 넓고 263품종 5만5천주가 심어져 있다고 한다. 삼척장미공원의 약 7만㎡ 213품종 13만주에 이어 2번째 규모이다. 다른 장미원들과 경쟁하는 양상으로 가고 있다.

우리가 시화 등 상징화를 지정하면서 고려해야 할 조건들과 장미를 비교하면 장미는 울산 지역을 상징할 수 있는 식물, 지역의 역사나 지명의 유래 등 인문 사회적 배경을 나타낼 수 있는 식물, 타 지역과 중복되지 않는 식물, 환경에서 잘 살아가고 번식이 잘되는 식물, 해당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하고 보호해야 할 야생종 등의 조건과 부합되지 않는다. 반면 가능한 지정을 삼가야 할 식물인 외래종, 생활력이 약한 식물, 원예종, 무성생식종 등에 해당한다.

장미를 시화로 지정하는데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타 지역과 중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장미를 광역 자치단체에서 시화나 도화로 지정한 지자체는 인천과 경남이다. 기초지자체에서 군화·시화·구화로 지정한 지자체는 19곳이다. 울산이 시화를 장미로 지정한다면 장미는 인천의 시화, 울산의 시화, 경남의 도화가 된다. 이는 3지자체 모두 이미 시화 도화로서 대표성을 상실하는 것이 된다. 뿐만 아니라 장미는 대부분 외국회사에서 개발한 품종이기 때문에 우리가 심으면 심는 만큼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울산에 110만 그루의 장미를 심으면 울산이 지불한 로열티는 대략 14~15억원이다. 장미는 생활력이 약해 관리비도 많이 든다. 단일종을 대량 식재하는 것은 생물종의 다양성을 단순화시키고 병충해의 대량 발생 등 문제를 일으킨다. 그리고 생태도시 울산의 이미지도 깎아 내리는 것이다.

울산의 장미원을 전국에 자랑하고 싶으면 찔레나무, 해당화, 인가목 등 장미속의 야생종들을 수집하고 장미원에 심어 종 다양성을 증가시키고 이들 종 가운데 알맞은 종을 시화로 지정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시화 등 상징물 지정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관계자들은 이번의 상징물 변경이 전국적으로 모범적인 지정이 될 수 있게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정우규 이학박사>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