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목으로 거론되는 대나무
시목으로 거론되는 대나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8.26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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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맹우 시장이 지난달 1일 실·국장 회의에서 “시목은 태화강 십리대밭 등을 감안해 대나무로 하는 방안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고 한다.

시장의 이 제안은 시목으로 대나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고려할 점은 대나무의 실체와 울산을 배경으로 한 대나무 문화를 제대로 모른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시민들에게 대나무의 실체를 알려 시목으로서의 대나무에 대한 판단을 올바르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나무는 일반적으로 벼과 대아과에 속하는 해장죽속·왕대속·이대속·조릿대속 등 4속 14종류의 총칭이다. 그러나 좁은 의미로는 식물학적으로 대나무는 벼과 왕대속에 속하는 왕대(참대) 만을 의미한다. 상징종은 종 단위로 지정하기 때문에 왕대의 식물학적 특성과 관련 문화를 개괄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왕대는 중국 원산으로 우리나라에서 널리 식재되어 상록성 다년생 식물이다. 땅속줄기로 길게 앞으로 뻗으며 해마다 5월 중순에서 6월 중순에 걸쳐 죽순을 낸다. 꽃은 6∼7월에 피며 열매는 영과로 가을에 성숙한다. 꽃은 60년을 주기로 피는데, 대개 꽃이 피면 땅속줄기에 있는 싹눈의 약 90%가 썩어버리고 10%만이 회복죽이 되기 때문에 모죽은 말라죽고 대밭은 망한다.

한국의 왕대 분포지역은 강원도 양양에서부터 동해안을 따라 내려와 경북 안동과 김천, 충북 영동, 전북 무주, 충남 부여로 연결되는 선의 이남지방이다.

왕대나무의 본체는 흔히 대의 뿌리라고 하는 땅속줄기이다. 이 줄기가 앞으로 자라나가면서 호흡을 하고, 광합성을 할 기관을 공기 중에 내 보내는데 이 기관이 대나무 지상부이다. 왕대의 땅속줄기는 계속 앞으로 길이자람(신장생장)을 하지만 지상부는 죽순이 난 뒤 세포 분열을 멈추고 부피생장을 하지 않다가 4~5년이면 저절로 말라 죽는다.

같은 외떡잎식물이지만 야자나무과에 속하는 식물들은 변형된 부름켜를 가지고 부피생장(비대생장)을 하여 나이테의 흔적이 있으나 왕대는 부피 자람을 한 나이테가 없다. 왕대의 지상부는 생물학적으로 보면 잎의 변형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왕대는 국내의 환경이 생식 생태 알맞지 않아서 인지 60년 주기로 꽃이 핀다고 하나 씨앗을 생산하지 못하고 개화기에 생긴 적은 수의 무성아가 극히 일부 살아남았다가 회복죽을 만드는 무성번식 식물이다.

대나무는 매화·난초·국화와 함께 사군자로 일컬어져 왔고, 특히 사철 푸르고 곧게 자라는 성질로 인하여 지조와 절개의 상징으로 인식되었다. 구전설화로는 엄동설한에 죽순을 구해서 부모를 보양한 효자의 이야기가 전북 완주군과 경기도 강화군에서 채록되었을 정도로 무리 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 식물이다.

울산 관련 옛 지리지에는 울산 특산품으로 마른 죽순이나 대가 1454년에 간행된 세종장헌대왕실록지리지에 수록되어 있을 정도로 그 유래가 오래되었다. 일제 때 전국의 주요 숲을 조사하여 간행된 ‘조선의 임수’에 태화강 대숲이 전국에서 울산의 대표 숲으로 수록되어 있다. 왕대는 그 쓰임새도 공예용, 기구용, 건축재, 식용, 약용 등 많았던 식물이다. 그리고 작종 문화 예술 활동의 소재로 시문에도 많이 등장하는 식물이다.

왕대는 우리 조상들과 함께한 식물로 상징목으로 지정할 때 고려해야 할 조건을 거의 만족하는 식물이다. 특히 태화강 대숲은 20여년전 태화강 하도 정리 문제로 사라질 위기에 직면한 대숲을 환경단체들과 시민들이 나서서 보존운동을 벌이고 이를 국토부와 경남도에서 수용함으로서 계속 살아남게 되었고 그 곳에 울산시가 공원을 조성함으로서 전국에서 이름 있는 태화강 대숲 공원이 만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공원이 됐다.

대나무를 상징목으로 지정한 지자체는 전남 담양시의 시목, 경남 산청군의 군목, 울산 중구의 구목 밖에 없다. 대나무를 시목으로 지정하면 시·도 수준에서 상징목으로 지정이 중복되지 않아 은행나무처럼 고유성 내지 대표성 문제는 피할 수 있다. 다만 그럴 경우 중구가 구목을 다른 식물로 바꿔야 하는 입장이 된다.

문제는 왕대나무를 울산의 시목으로 지정하는 데는 왕대나무를 관행적으로 불러오던 나무로 볼 것인가 생물학적 특성에 따라 풀로 볼 것인가 또는 이것에 관계없이 그냥 상징성을 가진 식물로 볼 것인가 하는 것과 무성번식식물인 왕대나무를 시목으로 지정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울산의 시목으로서 보다 적절한 식물의 추천과 발굴이 필요하다. 만약 시목으로 지정하는데 적절한 종이 없다면 앞에서 든 문제에 대한 합의가 왕대나무를 시목으로 지정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정우규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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