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상징물 변경 논의 환영한다
울산 상징물 변경 논의 환영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8.22 21: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달 1일 박맹우 시장이 실·국장 회의에서 “시화와 시목이 제대로 활용 안 되고 현실과도 맞지 않다”고 지적한 뒤 지난 12일 울산시가 “시 상징물 변경에 대한 시민의견을 공모한다”고 밝혔다.

현재 각 지자체가 지정한 상징 종(種)은 종의 특성, 이름의 정확성, 그리고 한 종을 여러 지자체가 중복 지정하는 등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 2010년 10월 환경부가 제출한 ‘지자체의 상징 종 현황 조사’에 의하면 72개 지자체가 은행나무를, 19개 지자체가 외래기원 원예종인 장미를, 38개 지자체가 환경부가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한 비둘기를 상징종으로 지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생생물과 도입 또는 귀화 생물에 대한 주체와 객체에 대한 의식, 중복지정에 대한 확인, 주민들에게 끼치는 득실을 따지지 않고 선택했다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울산시가 현재의 시목(은행나무), 시화(배꽃), 시조(백로)를 변경하기로 한 것은 매우 환영할 일이다. 필자는 지자체가 잘못 지정한 상징 목에 대한 문제를 이미 1989년에 지적한 바 있다. 그 이후 울산시 168개교의 교화와 교목을 조사하고 분석해 잘못된 것을 지적하고 올바른 지정을 위해 개선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참고로 울산시가 상징물을 변경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들어 보고자 한다.

은행나무는 생활력이 강하고, 크게 자라고, 오래 살고, 수형과 잎이 아름답다. 반면 외래종이고, 자연 번식이 거의 안 되며 열매에 악취가 나고, 독성이 있는 것이 단점이다. 그러나 그 도입의 역사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됐고 국내 환경에 적응해 재래종화 됐기 때문에 시목으로 별 문제될 것이 없다. 그렇다면 왜 시목을 변경해야 할까? 가장 큰 문제는 서울 등 7개 시도와 72개 시군구가 상징 목으로 중복 지정해 이 나무가 상징성 특히 대표성을 잃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그 중요성이 줄어들고 있지만 시화 배꽃은 여전히 울산의 문화적 배경이다. 식물학적 특징, 아름다움과 상징성, 시민들의 선호도, 산업적 이용 등에서 시화로 별 문제가 없다. 또 배꽃을 시·도화로 지정한 광역 자치단체가 없어 중복지정에 따른 혼란이나 대표성이 떨어질 일도 없다. 그러나 배꽃이 울산광역시의 시화이고 울주군의 군화라는 것이 문제다. 시화나 군화 가운데 어느 한 족을 변경해야 할 입장이다. 바꾼다면 울산시가 바꾸는 것이 옳다.

시조 백로는 지역 서식 여부, 지역의 문화적 배경, 새의 아름다움, 상징성, 시민들의 선호도 등에서 울산의 상징조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중복 지정에 문제가 있다. 울산과 경남, 경남 진주 등 14곳이 백로를 시조로 지정해 두고 있다. 이웃한 두 시도가 모두 백로를 상징조로 하고 있기 때문에 혼란이 야기되고 대표성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

상징물을 지정하면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시목과 시화를 예로 들어 보겠다. 지역을 상징하고, 지역의 인문 사회적 배경을 나타낼 수 있고, 주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또 다른 지자체 상징물과 중복되지 않아야 하며 모습과 색깔이 아름다워야 한다.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야 하며 해당 지역에 특별이 개체수가 많아 주민소득 증대에 기여할 수 있으면 더 없이 좋다. 그리고 해당지역에서 만 볼 수 있는 희귀하고 보호해야 할 야생 종, 상징종의 분류학적 단위는 종을 기본으로 할 것 등이다.

지자체가 상징물을 지정하는 목적은 대외적으로 지자체의 자연적 특징, 역사 및 문화적 배경, 정책의 지향 방향 등을 알리고 대내적으로 시정 목표, 미래에 대한 희망 등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또 지자체의 지역 문화 발전, 경관 조성, 도시의 디자인, 관광 등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때문에 울산시는 상징물을 변경하면서 다른 지자체들의 상징물과 중복지정 되지 않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상징종의 선정은 시민들이 공모한 상징물의 숫자만으로 선정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일반 시민들은 다른 지자체가 지정한 상징종이나 추천하는 종과 울산의 역사 및 문화적 배경과의 관계 그리고 종의 특성 등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징물 변경에 대한 논의가 너무 적고 빨리 진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상징물 변경에 어려움이 있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울산을 가장 잘 상징하고 앞으로도 상징할 수 있는 종을 시목·시화·시조로 지정해야 한다. 그래야 대외적으로 울산의 이미지를 선양하고 대내적으로 울산의 문화 발전과 시민들의 애향심을 고취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정우규 이학박사>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