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계통 공기업 연봉 깎고 사죄하라
전력계통 공기업 연봉 깎고 사죄하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8.21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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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계통 공기업은 스스로 급여를 낮추고 국민에게 사죄하라. 그리고 정부는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서 전력난을 타개하기 바란다.

전력계통 공기업이 국민에게 사죄할 항목은 줄잡아 5개는 된다.

잘못된 부품을 사용해 국민을 위험에 빠트린 죄, 선배들이 애써 일군 원자력발전산업을 구긴 죄, 전력품질을 떨어뜨려 국외 신뢰도를 낮춘 죄, 전력요금 합리화 길을 막고 공기업 부채를 늘린 죄, 사복을 채우고 위화감을 조성한 죄다.

먼저 사복 채우기와 위화감 조성을 따져보자. 지난 19일 공개된 전력수급 및 원전 관련 8개 공공기관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8천84만원이다.

우리나라 근로자 1인당 평균 연봉 2천817만원에 비해 3배 가까이 높다. 이 가운데 한국원자력연구원 직원의 연봉은 9천640만원으로 전체 295개 공공기관의 직원연봉 기준 5위를 차지했다.

이 정도 연봉을 받으면서도 검은 돈에 손을 내밀었다. 어느 부장급 직원의 집에서는 10억원의 현금 뭉치가 발견됐다. 원전이 녹아내릴 위험을 줄 제품을 승인한 댓가로 받은 돈이다. 사과궤짝 10개 분량의 지폐 속에 허우적 거리는 모습을 상상해보기 바란다. 양심이 비어버린 자들이 저 위험하고 소중한 전력을 다뤘다.

그런데 이들 기업의 경영상태는 어떤가하면, 한전의 경우 누적된 빚이 33조원 가량이다. 한전 산하 자회사들의 부채위험도 다른 공공기관들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한수원은 부채액이 25조원에 이르고 남동발전·남부발전·서부발전 등도 다른 공공기관 보다 높다.

그럼에도 전력인들은 넓은 발전소 부지 안에 대형 골프연습장을 지었다. 울산의 한 발전소가 그랬고, 울진의 한 원전이 그랬다. 빚을 내서라도 레저시설을 지었다. 그리고 거기서 닦은 골프실력으로는 납품업체 사장들의 주머니를 털기 위해 제주도며 태국으로 다녔다. 원전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에 따르면 한전기술 40대 모 부장은 1년간 10차례 일본과 태국 등에서 2천400만원어치 골프접대를 받았다.

우리는 40년 전 고리에 첫 원전을 지을 때 웨스팅하우스 등 외국 기술자들과 섞여 기술을 전수받던 선배들을 기억한다. 그들은 기술입국을 이룩하기 위해 온갖 힘을 기울여 원전자립도를 높였다. 그 덕에 해외원전을 수주하는 단계에 이르렀으나 후배들의 물욕과 비양심이 분위기를 흩어버렸다.

한국의 전력질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것으로 정평났다. 이제 그 평판마저 위태롭다. 전기가 끊기고, 전압이 오르내리락 거리는 나라에 누가 선뜻 시설과 기술을 투자하겠는가.

지금 전력요금은 원가의 90% 가량이다. 전력요금이 싸다. 그래서 전기낭비가 심하다. 겨울철 전기난방을 한 온실에서 열대과일을 재배해 먹는 상황까지 왔다. 화석연료를 태우거나 핵분열을 일으켜 만드는 전기는 가장 잘 정제된 에너지다. 편리하고 깨끗하다. 밥 지을때도 전기, 냉난방도 전기를 쓰려고 한다.

올 겨울에도 전력난이 예상된다고 한다. 전력난을 타개하고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 가계 주름이 가더라도 국가에너지 안정을 위해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전기의 원가에는 고액 연봉도 포함돼 있다. 고액연봉과 속속 드러나는 각종 죄상을 두고 어떻게 전기요금을 인상할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전력계통 공기업은 뼈저린 반성과 함께 급여를 자진 감축한 뒤 전기요금을 합리화 해야 한다.

<김한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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