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폐물 먹는 ‘기특한 보일러’
산폐물 먹는 ‘기특한 보일러’
  • 정인준 기자
  • 승인 2013.08.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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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 개발로 지역 첫 녹색기술·기업 인증
해외 신기술 선정… 2년내 20기 판매목표
▲ (주)유성 중앙연구소 이재정 소장이 쓰레기 소각 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동석 기자
20일 오전 11시께 온산공단에 있는 (주)유성(대표 류해렬) 본사 한켠에서 커다란 기계장치가 그리 시끄럽지 않은 소리를 내며 가동되고 있었다.

유성 중앙연구소 이재정 소장은 “유성의 신성장을 이끄는 기분 좋은 소리”라고 설명했다.

이 장치는 (주)유성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공랭식 연소기와 복합 후 처리장치를 결합한 고형연료제품 고효율 에너지회수시스템’이다.

쉽게 말해 산업용 보일러시스템이다.

기업체에서 나오는 산업폐기물 중 폐비닐(합성수지)을 포함해 태울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연료로 만들어(고형연료) 태운다. 이 때 발생하는 열로 스팀을 만들어 길 하나 사이에 위치한 한국제지에 판매한다. 예전엔 매립되거나 비효율적으로 태워지던 폐비닐이 에너지원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폐기물을 태워 스팀을 생산하는 공정이 특별할 게 없지만 유성의 이 보일러시스템에는 ‘비범함’이 숨어있다.

산업폐기물인 폐합성수지를 고형연료(RPF)로 만드는 기술과 열효율을 극대화한 공랭식 보일러 그리고 정부가 규제하는 배기가스 배출기준에 훨씬 미달하는 배기가스복합처리장치에 있다.

산업폐기물은 일반 폐기물과 달리 위해물질 등이 달라붙어 있어 처리하기가 까다롭다. 또 연료로 사용했을 때 효율이 떨어지는 단점도 있다.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키면서 고효율 고형연료를 만드는게 유성의 기술이다.

또 보일러는 국내 최초로 공랭식을 적용해 열효율을 극대화 했다. 고형연료 연소율이 99%를 넘는다. 연료 100t이 들어가면 연소돼 나오는 찌꺼기가 1t 미만이라는 뜻이다. 이재정 소장은 “유성의 보일러 효율은 75%”라며 “일반 가정의 보일러 효율이 85% 정도니 산업용으로는 최고의 효율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에서 특히 중요하게 디자인된 것은 배기가스배출시스템이다. 이 소장은 “환경기준이 100이라면 10% 미만에서 배출가스를 관리하고 있다”며 “위험물질인 HCL(염소계열, 물과 만나면 염산이 된다), SoX(질소산화물)는 0%를 배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유성은 이 보일러시스템으로 지난 9일 환경부로부터 ‘녹색기술’과 ‘녹색전문기업’으로 인증받았다. 울산지역에서는 (주)유성이 최초다.

녹색전문기업은 녹색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사업화 시켜 전년기준 매출액 대비 20% 이상이 발생해야 인증을 받는다. (주)유성은 지난해 보일러시스템을 한라건설에 판매해 약 40%에 가까운 매출신장을 가져왔다.

이 보일러시스템은 2008년 6월 유성이 국토해양부 R&D과제를 수행해 2011년 6월 완료하고, 울산본사에 데모플랜트를 준공했다. 현재 울산에서 가동되고 있는 보일러시스템은 이 때 준공된 1세대다. 이 보일러시스템에는 13건의 특허와 소프트웨어 저작권 1건이 등록됐다.

유성은 본사 보일러 시스템으로 시간당 10t의 스팀을 생산해 한국제지에 공급하고 있지만, 한라건설에 판매된 시스템은 시간당 스팀 20t 생산규모로 업그레이드했다. 유성은 2기를 판매했다.

이재정 연구소장은 “이 보일러 시스템의 효율이 알려지면서 기업들의 구매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2~3년내 국내에서 20기 정도의 계약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특히 “최근 KDB증권이 주목할만한 신기술로 선정해 해외 소개를 하고 있다”며 “다음달 초 영국 바이어와 상담이 잡혀 있는 등 해외수출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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