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보다 나은 ‘시민 발전소’
정부보다 나은 ‘시민 발전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8.1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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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당국의 발표대로라면 12일부터 시작된 전력 비상수급 상황이 오늘로 일단 한 고비를 넘긴다. 전 국민이 절전에 적극 동참한 결과다. 울산도 ‘시민 발전소’ 덕택에 전력 사용량을 크게 줄였다.

지난주 후반, 울산지역 하루 전력 사용량이 370만㎾를 넘나들었다. 대기업 휴가가 끝날 무렵인 8~9일 사용량은 각각 373만㎾, 369만㎾를 나타냈다. 그런 추세라면 지역 주요 산업체가 휴가를 끝내고 재가동에 들어가는 12일엔 사용량이 400만㎾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12일 최대 전력 사용량은 370만㎾로 예상치보다 30만㎾ 적었다. 예상치를 절전으로 극복한 것이다.

이렇게 한 고비를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시민, 공공기관, 산업체 등 ‘시민발전소’가 절전에 적극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과 달리 이번에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사용하지 않는 전기 기기의 플러그를 뽑고 가정용 냉방기기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는 등 성숙한 시민 모습을 보였다. 이에 못지않게 절전에 앞장 선 쪽은 공공기관이다. 특히 공무원들이 찜통더위를 이겨내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행정기관들은 정부 지시에 따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냉방기기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있다. 전체 전력 사용량의 약 70%를 차지하는 산업체도 절전에 동참했다. SK 에너지, S-OIL 등 석유화학업계는 전력 피크 시간대에 생산량을 3% 감축하면서까지 전력사용을 줄였다.

정부가 나라 살림을 잘못 살아 국가가 파탄지경에 이르자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금 모으기’ 운동을 펼친 게 우리 국민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따지고 보면 지금의 전력수급대란은 원전 일부가 멈춰선 탓이다. 국내 원전 23기 가운데 5기가 멈춰섰으니 아무리 쥐어짜 봐도 전력생산량이 기본적으로 부족한 상태다. 특히 한국수력원자력 최고위층부터 말단에 이르기까지 곳곳이 썩어 문드러졌으니 전력대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런 전후 사정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지지만 지금 당장은 이 고비부터 넘겨야 한다. 상부의 지시에 따라 냉방기를 끄고 목에 ‘쿨스카프’를 두른 공무원들이 있다. 밤새 얼린 물 얼음 병으로 더위를 식히며 민원인을 마주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 덕택에 우리는 지금 정전대란을 피해 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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