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의식’ 언제 버릴건가
‘중앙 의식’ 언제 버릴건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8.1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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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앙국립박물관 1층에 전시된 울산 출토 선사·고대 유물 5점 가운데 3점에 출토지가 ‘경남 울산’으로 표기돼 있다고 한다.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된 1997년 이전의 행정 명칭을 국립기관이 아직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박물관이 2005년 용산으로 이전하기 전 경복궁 안에 있을 때는 출토지가 분명히 울산으로 돼 있었다. 역사 유물들을 용산으로 옮기면서 박물관 측이 울산 출토 유물들을 소홀히 해 빚어진 일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잘못을 지적하는 본보 기자에게 중앙박물관 관계자가 한 말이 고약하다. “울산 지명이 있으면 됐지. 뭐가 잘못됐느냐”고 반문했다. 문제의식이 모자라도 한 참 모자라는 발언이다. 이 발언대로라면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든 일본 영토든 간에 ‘독도’란 이름으로 섬 자체만 존재하면 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우리가 ‘경남 울산’이란 말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는 울산 자체의 존재감 때문이다. 울산이 경상남도에 속해 있는 지자체가 아니라 도(道)와 맞먹는 광역시임을 나타내고 싶은 것이다.

중앙부처 일부 인사들의 지방홀대 인식이 정말 큰 문제다. 지방에서 멀쩡하게 근무했던 사람들도 중앙부처로 가기만 하면 수도권 중심 의식을 가지게 되니 보통문제가 아니다. 그러니 지방관서가 수개월씩 걸려 애써 만든 제안서가 중앙부처 일개 과장 책상위에 쌓여 잠잔다는 말이 나도는 것 아닌가. 지방 정부에 어필(appeal) 할 문제가 있으면 단체들이 보따리 싸 들고 서울로 올라가 정부청사 인근에서 학술회를 열거나 시위를 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수도권 중심, 중앙부처 인식은 이제 그만 버려야 한다. 수도권에 폭우가 쏟아지면 마치 전국이 물에 잠긴 듯한 방송보도가 아직도 여전하다. 서울에서 개최된 학술회나 기념사업은 큰 의미를 지니고 지방에서 개최된 것은 하잘 것 없는 것쯤으로 여기는 인식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다. 지방 현안을 해결키 위해 지자체장들이 중앙부서 과장을 만나 읍소해야 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중앙부서들이 쥐고 있는 결정권들을 지방에 대거 넘겨야 중앙부서의 고자세를 고칠 수 있다. 노무현 정부시절 중앙권력의 지방이양이 시도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다시 원위치시켰다. 이번 ‘경남 울산’ 표기는 이런 폐단의 극히 미세한 부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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