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빅3인 GM, 크라이슬러, 포드가 세계 시장을 주름잡던 1950년대 디트로이트 인구는 약 200만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70만명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그나마 인구의 36%가 빈곤층으로 분류된다. 디트로이트의 실업률은 가히 전국 최고다. 4월 기준 16.0%다. 미국 평균 7.5%의 두 배가 넘는다. 빈 건물도 4만~7만 채나 된다.
빅3는 1960년대 일본 자동차에 밀리면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공장을 옮겼다. 그러자 디트로이트의 일자리도 그만큼 줄었다. 그리고 한 번 떠난 자동차 공장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이어 팔리지 않는 집과 사무실, 텅 빈 공장이 늘면서 공동화현상이 가속화됐고 세수가 줄자 빚이 눈 덩이처럼 불어났다. 결국 이 빚을 견디다 못해 한 도시가 무너졌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은 현대차 노사 충돌이 시민들에게 간접적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 왔다. 지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거나 도시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걸로 여겼다. 하지만 디트로이트의 파산과정을 살펴보면 지역 대기업의 노사 충돌이 지역 공동체의 운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업이 인건비와 생산성 때문에 공장을 국내외 다른 곳으로 옮기면 지자체의 세수가 그 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동시에 실업률 증가, 부동산 가격 하락, 지자체 적자 운영이란 악재가 거듭될 게 틀림없다.
지난 20일 ‘희망버스’를 타고 2천500여명이 현대차 비정규직 농성을 지원하기 위해 울산에 왔다. 뒤 이어 벌어진 행태야 말하지 않아도 모두들 잘 안다. 우리가 궁금한 것은 그들이 한 도시의 앞날에 대해 얼마나 깊게 생각하고 왔느냐이다. 우리는 비정규직보다 도시의 미래를 더 걱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