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떠나보낸 ‘희망버스’
희망을 떠나보낸 ‘희망버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7.2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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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버스’ 집회현장이 전쟁터가 될 것이라 예상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미리 알았다면 그렇게 많은 부모들이 자녀와 함께 나오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지난 20일 북구 명촌동 현대차 울산공장에 모여든 ‘희망버스’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법원의 판결도 무시하는 현대차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은 반면, 일각에서는 전문시위꾼들이 모인 것이라고 외면했다.

현장에서 사측과 노조측은 폭력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문화제가 열린다고도 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향한 여론을 집중시킬 수 있어 보였다.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들과 함께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집회는 다소 평화적으로 진행되는듯 했다. 참가자들은 담소를 나누고 최병승씨가 있는 철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SNS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연기가 피어오르기 전까지는 말이다.

희뿌옇게 솟아오른 연기 너머로 울타리를 사이에 둔 악에 받친 얼굴들이 보였다. 사측에 고용된 용역들은 손에 곤봉을 노조측은 죽봉을 손에 쥐고 서로를 향해 휘둘렀다. 철제 울타리가 뜯어진 현장은 소화기와 물대포로 아수라장이 됐다.

아들과 함께 집회장을 찾은 한 어머니는 바람에 날아드는 연기를 피해 아들을 안아들고 주차장 뒤편으로 뛰었다. 아이는 고사리 같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문화행사가 열리기도 전에 사람들은 집회장을 떠났다. 오후 11시가 넘은 시간, 쓰레기가 쌓여있고 매캐한 냄새가 진동하는 현장을 지키는 시민은 많지 않았다.

폭력으로 얼룩졌던 집회에 대한 반응은 첨예하게 나뉘었다. 문화행사는 없고 ‘충돌’, ‘격돌’만이 남았다. 국민들의 연민의 대상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폭력을 일삼는 단체가 됐다.

‘희망버스’를 탔던 사람들은 그들의 생계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언제 또 ‘희망’이라는 이름을 단 버스가 울산을 찾을지 알 수 없다. 비정규직에 ‘非(비)’를 지울 수 있다는 ‘희망’이 한 걸음 더 달아난 것만 같다.

<주성미 취재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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