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 작업에는 정부기관인 국립국어원이 감수와 편집을 맡아 신뢰성을 높였다. 지난 10일 울산시의 모든 부서와 구·군 등에 나눠졌다는 이 용례집에는 ‘우리말 바로 쓰기’, ‘공문서에서 주로 쓰는 낱말 다듬기’ 등 2개 분야의 단어와 용어 약 600개가 실렸다.
울산시 관계자는 ‘우리말 바로 쓰기’에서 평소 틀리기 쉬운 말을 예문과 함께 이해가 쉽도록 풀었다고 말했다. 또 ‘공문서에서 주로 쓰는 낱말 다듬기’에는 일본식 한자어, 외래어·외국어 따위를 우리말로 다듬어 쓰도록 했다고 한다.
그 본보기를 잠시 눈여겨보자. 가드레일→보호난간/방호울타리, ‘개전의 정이 현저하다’→ ‘뉘우치는 뜻이 뚜렷하다’, ‘공사다망 중’→ ‘바쁘신 가운데, 갤러리→화랑/그림방, 거마비→교통비/차비, 공병→빈병, 과년도→지난해, 나대지(裸垈地)→빈집터, 내비게이션(navigation)→길도우미/길안내기,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지도층 의무, 노후한→낡은/낡아서 못쓰게 된, 독립가옥→외딴집, 로드킬(roadkill)→동물 찻길사고/동물 교통사고, 리모델링→새 단장/구조변경, 마리나(marina)→해안유원지, 마스터플랜→종합계획/기본계획/기본설계. 무뎃뽀(むてっぽう)→막무가내/무모, 미징수된→ ‘걷히지 않은’ 식으로 다듬은 것이다.
그 중에는 낯익은 것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것들도 있다. 문제는 이렇게 공들여 다듬은 단어·용어가 공직사회에서 어느 정도 반응을 얻고 빨리 받아들여질 것인가다. 시 관계자의 지적대로, 바른 용어를 알고 있어도 ‘조직에서 사용하는 전문적·권위적 표현’에 익숙해진 나머지 쉬운 우리말 사용을 꺼리는 경향이 지금까지는 강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지자체 장의 결단 여하에 따라 쉽게 풀릴 수 있다고 본다. 중앙정부가 권장했고, 국립국어원이 애를 썼고, 시민들의 세금까지 들어간 이 보람된 사업에 공직사회가 앞장서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