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언어 개선 용례집’ 환영한다
‘공공언어 개선 용례집’ 환영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7.15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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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이번에 큰일을 하나 해냈다. ‘공공언어 개선 용례집’을 공들여 펴낸 것이다. 울산이 낳은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의 한글사랑 정신을 널리 전하고, 한글의 본고장인 울산에서 공공기관이 바른 언어 사용에 앞장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특히 이 작업에는 정부기관인 국립국어원이 감수와 편집을 맡아 신뢰성을 높였다. 지난 10일 울산시의 모든 부서와 구·군 등에 나눠졌다는 이 용례집에는 ‘우리말 바로 쓰기’, ‘공문서에서 주로 쓰는 낱말 다듬기’ 등 2개 분야의 단어와 용어 약 600개가 실렸다.

울산시 관계자는 ‘우리말 바로 쓰기’에서 평소 틀리기 쉬운 말을 예문과 함께 이해가 쉽도록 풀었다고 말했다. 또 ‘공문서에서 주로 쓰는 낱말 다듬기’에는 일본식 한자어, 외래어·외국어 따위를 우리말로 다듬어 쓰도록 했다고 한다.

그 본보기를 잠시 눈여겨보자. 가드레일→보호난간/방호울타리, ‘개전의 정이 현저하다’→ ‘뉘우치는 뜻이 뚜렷하다’, ‘공사다망 중’→ ‘바쁘신 가운데, 갤러리→화랑/그림방, 거마비→교통비/차비, 공병→빈병, 과년도→지난해, 나대지(裸垈地)→빈집터, 내비게이션(navigation)→길도우미/길안내기,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지도층 의무, 노후한→낡은/낡아서 못쓰게 된, 독립가옥→외딴집, 로드킬(roadkill)→동물 찻길사고/동물 교통사고, 리모델링→새 단장/구조변경, 마리나(marina)→해안유원지, 마스터플랜→종합계획/기본계획/기본설계. 무뎃뽀(むてっぽう)→막무가내/무모, 미징수된→ ‘걷히지 않은’ 식으로 다듬은 것이다.

그 중에는 낯익은 것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것들도 있다. 문제는 이렇게 공들여 다듬은 단어·용어가 공직사회에서 어느 정도 반응을 얻고 빨리 받아들여질 것인가다. 시 관계자의 지적대로, 바른 용어를 알고 있어도 ‘조직에서 사용하는 전문적·권위적 표현’에 익숙해진 나머지 쉬운 우리말 사용을 꺼리는 경향이 지금까지는 강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지자체 장의 결단 여하에 따라 쉽게 풀릴 수 있다고 본다. 중앙정부가 권장했고, 국립국어원이 애를 썼고, 시민들의 세금까지 들어간 이 보람된 사업에 공직사회가 앞장서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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