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판화 배달입니다!
목판화 배달입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7.11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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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판화 배달입니다.”

12일 아침이면 ‘The Woodcut’이라고 적힌 봉투에 정성껏 포장된 목판화를 손에 받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전시장에서 보고 구매했던 작품이 내 것이 되는 순간이다.

제2회 울산국제목판화페스티벌이 지난 4일 개막해 10일 막을 내렸다. 1회 때 보다 더 많은 국내외 작가들이 참가했고 울산지역 작가들도 여러 명 작품을 내걸며 많은 관객을 불러 모았다.

일주일 동안 진행된 전시에는 작가들의 보이지 않는 수고와 정성이 있었다. 작품을 탄생시킨 과정이야 말이 필요없지만 옆에서 지켜본 그들의 애정은 국제목판화페스티벌의 밝은 앞날을 가늠하게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비교적 저렴하게 작가들의 작품을 살 수 있었다. 재능기부 식으로 작가들이 내 놓은 소품 120여점이 팔려 나갔다. A4 크기의 작은 작품을 포장하는 데는 작가의 손길도 미쳤다. 자신의 작품이 아니지만 행여 작품에 흠이 날까 하나하나 포장하는 모습에 그림에 대한 그들의 애정이 느껴졌다.

두꺼운 하드보드지를 작품 크기에 맞게 잘라 감싸고 다시 종이봉투에 넣어 꼼꼼하게 완성한 포장지면에는 작품을 받는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또 지역의 한 작가는 직사각형 형태의 자신의 작품에 맞는 종이봉투를 직접 만들어 전시장으로 보냈다. 스카치 테잎으로 단단하게 붙여 만든 하얀 맞춤형 봉투는 작품 못지 않은 정성이 들어가 있는 듯 했다.

“내가 포장을 맡았으면 종이봉투 한장에 간단히 넣었을 텐데”라고 하니 작가는 “작은 작품이라고 해서 운송 도중 흠이 생기면 받는 사람의 기분이 어떻겠냐”며 웃었다. 괜히 그 말을 던졌다 싶어 얼굴이 붉어졌다.

서울에서 활동 중인 김 억, 안혜자 작가는 4일 동안 전시장에 머물며 판화 체험활동을 주도했고 울산 지역 출품 작가들은 틈틈이 전시장을 찾아 자신의 작품을 비롯한 목판화의 세계를 관람객에게 소개하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목판화전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가들의 열정과 애정이 있었기에 올해 목판화전도 성공적으로 끝낸 것이 아닌가 한다. 내년 3회 전시에서는 또 어떤 작품이 나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양희은 취재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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