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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영 칼럼
타이거 우즈의 재기를 보며
2019. 04. 22 by 울산제일일보


요즘 타이거 우즈 열풍이 대단하다. 골프 채널뿐 아니라, 경제 매거진에서도 타이거 우즈가 가져온 경제적 효과가 얼마라며 앞 다투어 특집기사를 내보내고, 각종 미디어에서도 온통 타이거 우즈에 대한 기사로 도배할 정도다.

필자도 전날 일찍 잔 덕분에 새벽 일찍 깨어 PGA 메이저 중 메이저 대회라는 마스터스 토너먼트의 마지막 라운드를 대부분 볼 수 있었다. 소위 ‘아멘’ 코스를 지나며 선두로 올라서더니 꾸준히 스코어를 지켜내며 14년 만에 챔피언이 되는 걸 다 지켜볼 수 있었다.

사실 나는 타이거 우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건방지고 오만해서다. 예전 전성기 때 그의 플레이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갤러리들의 환호에도 일절 호응하지 않고, 동료들과 거의 대화도 하지 않고, 동반 플레이어에 대한 배려는 눈곱만큼도 없이 자신의 플레이에만 집중하고, 먼 퍼팅이라도 들어가면 자신이 백수의 제왕인양 포효하고, 안 좋은 샷이 나오면 전 세계 골프팬이 지켜보는데도 매너 없는 화풀이를 대놓고 하는 등등이 그에 대한 비호감의 이유였다. 그러다 성추문 사건들이 터지자, 나는 마치 올게 왔다는 듯 그의 끝없는 추락을 고소해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요즘은 조금 좋아졌다. 작년 하반기에 부활의 기미가 엿보일 때만 해도 별로였는데, 이번 마스터스 대회를 나흘 내내 지켜보면서 그가 아주 조금은 좋아졌다. 우선 전처럼 드러내놓고 화풀이를 하지 않아서 비호감이 조금 엷어졌고, 갤러리의 환호에 일일이 모자챙을 만지며 답례해서 없던 호감이 아주 조금은 싹텄고, 동반 라운드 선수와 대화도 하고 웃기도 하는 모습에 “인간이 되었구나” 싶어 조금은 호감이 올라갔다. 우승 확정 직후에 외친 포효도 예전의 자기과시가 아닌 자기격려의 포효로 느껴졌고, 가족·친지들과의 진한 포옹 역시 호감의 정도를 조금은 더 높였다. 더욱 놀라운 건 후배 선수들과의 만남이었다. 그의 우승을 축하해주는 기라성 같은 후배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포옹하는 모습은 생경하면서도 감동적이었다. 14년 전에는 상상도 못할 장면이었다.

타이거 우즈가 성추문, 이혼, 계속된 부상, 경찰 체포 등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졌을 무렵 필자도 그 못지않은 경험을 하고 있었다. 새로운 사업의 실패, 세계적 금융위기, 대규모 적자, 부도위기, 건강악화 등 온갖 악재가 겹치면서 터졌다. 출구가 없는 깊은 터널에 갇힌 기분이었다. 절망과 불면의 밤을 수없이 보냈고 지옥의 문턱에 키스도 했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추락에 추락을 거듭한 타이거 우즈가 이제는 보란 듯이 재기해 전성기 못지않은 기량을 뽐내고 있다. 필자를 비롯한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 특히 절망과 고통을 겪어본 이들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자못 클 것이다.

시련은 사람을 모질게 하지만 성숙하게도 한다. 시련을 겪은 수많은 사람들 중에는 비뚤어져서 세상과 척을 지거나 등을 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자기애(自己愛)가 강한 사람은 어떻게든 시련을 이겨낸다. 이겨내는 정도가 아니라 주위에 감사하고 스스로 위로도 한다. 타이거 우즈는 후자에 속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완전히 끝난 줄 알았는데 약 십 년간 모진 풍파를 견뎌내고 지금 다시 우뚝 섰다.

타이거 우즈의 개인 신화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전 세계의 고개 숙인 모두에게 희망의 복음(福音)이 되어야 한다. 스스로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회광반조(回光返照)’라는 말이 있다. 해가 지기 전에 햇살이 강하게 비춘다는 뜻으로 많이 쓰이지만, 원래의 뜻은 ‘빛을 돌이켜 거꾸로 비춘다.’는 의미다. 즉, 자기 자신을 성찰하라는 뜻이다. 타이거 우즈를 보면서 모두 그 의미를 되새겼으면 좋겠다.



전재영 코렐테크놀로지㈜ 대표이사 /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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