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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영 칼럼
우리가 ‘오우무아무아’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2024. 01. 03 by 울산제일일보

2017년 10월 19일의 일이다. 하와이 제도의 할레아칼라 천문대에서 천문학자 로버트 워윅(Robert Weryk)이 천체를 관측하다 우연히 빠른 속도로 태양에서 멀어져 가는 작은 돌덩이를 발견한다. 이 작은 돌덩이는 이후 천문학계는 물론 전 인류에 엄청난 파장을 가져온다.

발견 당시에는 빠른 속도로 인해 혜성으로 판단되어 ‘C/2017 U1’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그러나, 혜성에서 일상적으로 관찰되는 코마(coma=혜성 주위의 덮개. 주로 얼음과 먼지로 되어 있어 태양 근처에 접근하면 복사열에 의해 꼬리가 나타남.)의 흔적이 안 보였기 때문에 소행성으로 재분류되었고 명칭도 ‘A/2017 U1’이 되었다. 혜성에서 소행성으로 재분류된 세계 최초의 사례다.

이후 세계 여러 천문대의 관측이 잇따르면서 이 돌덩이가 태양을 향해 날아오는 궤적과 태양을 벗어나는 궤적이 드러나게 되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돌덩이는 인류의 관측사상 최초로 태양계 바깥에서 유입된 성간(inter-stella) 천체로 확인되었다. 그동안 관측된 혜성이나 소행성들은 모두 태양계 내부를 공전하는 천체였지만, 이 돌덩이는 그 궤도와 행적이 확연히 달랐다. 이후 이 돌덩이는 ‘1I/Oumuamua’라고 명명되었다. 1은 처음 발견되었다는 의미고, I는 성간 물질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Oumuamua(오우무아무아)’는 하와이어 ‘Ou’와 ‘mua’를 2개 연결해서 만든 이름으로 ‘먼 곳에서 찾아온 메신저’라는 뜻이다.

지구를 가장 가깝게 지날 때도 태양을 가깝게 스쳐 지날 때도 존재를 몰랐다가 태양을 빠른 속도로 벗어날 때부터 관측된 탓에 ‘오우무아무아’에 대한 충분한 자료는 없다. 하지만 관측이 가능했던 몇 달 동안 수집한 자료만으로도 수상한 점이 여러 가지 드러났다.

우선 눈에 띄는 첫 번째 특징은 ‘모양’이다. 가장 긴 축과 짧은 축의 비율이 작게는 6.6:1에서 크게는 30:1까지로 관측됐는데, 쉽게 말해 기다란 바게트빵 모양이었다. 태양계 내의 혜성이나 소행성들에서는 이렇게 극단적인 모습이 관측된 적이 없다. 이 돌덩이는, 일부 주장이긴 하지만, 자전하면서 태양의 빛을 반사하는 특징으로 보아 표면이 암석이 아닌 금속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되면서 전 세계 과학자들의 관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그다음 특징은 이 물체의 ‘비상식적으로 빠른 속도’다. 첫 발견 당시 44.2km/s(마하 128.86 3)라는 무지막지한 속력으로 태양계를 가로지르는 것이 포착됐다. 일부 천체물리학자들은 이런 속도를 내려면 ‘오우무아무아’의 표면이 ‘물’이나 ‘수소 얼음’으로 덮여 있어야 한다는 가설을 내놓기도 했으나, 이런 경우 오우무아무아가 태양계에 진입하면서 일찌감치 승화되어 소멸했을 거란 반박 이론이 나오면서 가설로 끝나는 모양새다. 이밖에도 ‘질소 얼음’설, ‘외계 행성의 잔해’설 등이 있으나 이 역시 가설에 머물러 있다.

그 외 최대의 관심사는 “과연 오우무아무아가 어디에서 왔느냐?” 하는 것이다. 그간의 관측 결과로 봤을 때, 거문고자리의 직녀성 베가 방향에서 60만년 걸려 태양계에 도달했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문제는 60만년 전에는 베가가 현재 관측되는 자리에 없었다는 점이다. 대안으로 몇 군데 후보군이 거론되고 있는데, 이들 간의 거리가 무려 수 광년(光年)에 해당할 정도로 벌어져 있으므로 아직은 오우무아무아가 어디서 왔는지 불명확한 상태다.

이상의 몇 가지 특징으로 인해 일각에서는 “오우무아무아는 어쩌면 외계 문명이 보낸 탐사선일 수 있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태양을 지나면서 속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던 오우무아무아가 예상외로 속도가 빨라진 것을 점을 근거로, 최근 연구 중인 첨단 우주비행 기법인 ‘솔라 세일 (solar sail)’ 기술을 이용하는 고등생명체의 탐사선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도 솔라 세일을 이용한 탐사선을 5년 내에 쏘면, 30년 후에는 오우무아무아를 따라잡을 수 있다”며 추적용 우주선을 발사하자는 다소 허황한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필자는 이 주장에 적극 공감한다. 어쩌면 인류역사상 다시는 없을 수도 있는 대사건인데 할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다 해봐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저녁에 태화강변을 거닐다가 밤하늘에 명멸(明滅)하는 별들을 보니 별의별 생각이 다 떠오른다.

전재영 코렐테크놀로지(주) 대표이사·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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