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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영 칼럼
다시 시작된 달 탐사
2022. 12. 08 by 울산제일일보

올림푸스 신들의 제왕인 제우스는 본처인 헤라 여신 외에도 수많은 여신, 여인들과도 통정(通情)한 끝에 사생아를 무수히 낳았다. 그중에 ‘레토’라는 여신과의 통정은 매우 유의미하다. 제우스 이전엔 ‘타이탄 신족’이라는 거인 신들이 세계를 지배했는데, 타이탄 신족의 마지막쯤에 해당하는 여신이 레토다. 레토는 이들의 간통을 눈치챈 헤라 여신의 질투와 방해로 많은 어려움을 겪다가 힘들게 쌍둥이를 출산했는데, 이들이 바로 ‘아르테미스’와 ‘아폴론’이다. 다들 알다시피 누이인 아르테미스는 ‘달의 여신’이 됐고 동생인 아폴론은 ‘태양의 신’이 되었으니 기념비적인 간통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아르테미스는 달의 여신이자 ‘달’과 관련이 있는 ‘여성의 생리와 출산’에도 관여하는 여신이기도 하다. 이런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를 명명한 달 탐사 프로젝트가 지난달 16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아르테미스 1호’를 발사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미국 NASA를 중심으로, 유럽과 일본, 캐나다, 호주, 한국 등 주요 우방국의 우주과학기구가 모두 참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이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최종 목적은 달에 유인(有人)기지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번에 쏘아 올린 1단계는 무인우주선으로 로켓과 캡슐의 안전성과 기능을 점검하는 단계이며, 2024년 예정인 2단계에서는 유인우주선으로 달 궤도를 돌고 지구로 귀환하는 단계이다. 그리고 2025년쯤에는 3단계로 4명의 우주인이 달에 착륙하여 일주일간 달을 탐사하고 귀환할 예정이다. 이후에도 차근차근 진행하여 마침내 달에 인간이 거주하는 기지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필자를 비롯해 나이가 지긋한 분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이미 인류는 50여 년 전인 1969년에 달에 사람을 착륙시킨 적이 있었고, 이후로도 1972년까지 모두 여섯 차례나 사람이 달에 발을 디뎠었다. 50년 동안 뭐하다가 이제 와서 새삼 달 탐사를 하는 것일까. 잠시 1950년대의 미·소 냉전 시대로 돌아가 보자.

달 탐사의 시작을 알린 나라는 소련으로, 1959년 1월에 루나 1호를 발사하여 세계 최초로 달 궤도에 진입했으며, 1959년 10월엔 루나 3호가 달 뒷면의 사진을 세계 최초로 전송했다. 이어 1966년 1월에는 루나 9호가 무인 착륙선을 착륙시켜 달 표면 사진을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역시 세계 최초였다.

이에 자극받은 미국도 본격적으로 달 탐사에 뛰어들었다. 초기엔 소련에 계속 뒤처졌으나, ‘유인 달 탐사 계획’인 ‘아폴로 프로젝트’쯤 가서는 앞서기 시작했다. 1968년 12월 아폴로 8호로 세계 최초의 유인 탐사선을 발사하면서였다. 아폴로 8호는 크리스마스이브에 달 궤도를 10바퀴 돌고 지구로 무사히 귀환했다. 그리고 마침내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는 최초로 유인 달 착륙에 성공했다. 사람이 직접 달에 착륙한 것은 아폴로 11호를 포함하여 12호, 14호, 15호, 16호, 17호까지 모두 6차례이다. 아폴로 13호는 산소탱크 폭발로 인해 실패했다. 하지만 승무원들은 무사히 귀환했는데, 이 사고는 1995년,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미국의 아폴로 프로젝트는 1972년 12월의 아폴로 17호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그리고 이후로 인류는 50년 동안 달에 다시 가지 않았다. 소련도 무인 탐사만 진행하다가 1976년 8월 루나 24호를 마지막으로 달 탐사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그리고 30여 년이 지난 2007년 10월에 중국은 달 탐사선 ‘창어 1호’를 발사했고, 달 궤도를 도는 데 성공했다. 창어(嫦娥), 즉 항아는 중국 전설에 나오는 달에 산다는 선녀로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2013년 12월에는 ‘창어 3호’가 달 착륙에 성공했으며, 이때 위투(玉?, 옥토끼)라는 탐사 로버가 달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이 또한 익숙한 이름이다. 그리고 2019년 1월에는 ‘창어 4호’가 세계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했고, 2020년 11월에 발사된 ‘창어 5호’는 달 토양 샘플을 채취하여 중국으로 귀환했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도 이런 중국의 ‘우주 굴기(屈起)’에 자극받아 시작된 게 아닌가 싶다. 자고로 과학과 기술은 전쟁이나 이에 준하는 냉전 시대에 크게 발전해 왔다. 그래서인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보면서 많은 기대와 함께 씁쓸함 역시 감출 수가 없다. 전재영 코렐테크놀로지(주) 대표이사,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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