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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영 칼럼
꼬리 무는 COVID-19 斷想들
2020. 04. 15 by 울산제일일보

1) 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유럽의 각국에서는 전후 복구와 동시에 독일 나치 협력자 색출과 청산에 나섰다. 프랑스 임시정부의 수반이자 전후 초대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샤를 드 골은 다음과 같이 천명하고 이를 실행했다. “국가가 애국적인 국민에게는 상을 주고 민족배반자나 범죄자에게는 벌을 주어야만 비로소 국민들을 단결시킬 수 있다.” 그리하여 2년여에 걸쳐 약 11만8천 건의 재판을 통해 무려 16만여 명이 조사를 받고 그중 약 1만 명이 유죄 판결을 받게 된다. 사형선고도 7천명이 넘게 받았고, 실제로 1천500명이 처형되었다.

우리나라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소위 ‘반민특위’가 바로 그것이다. 광복 후 바로 시행했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미군정 시절이라 미군정의 비협조로 지지부진하다가 1948년 정부 수립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역사적인 발걸음을 떼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승만 정권의 비협조로 활동기간 동안 취급건수는 682건에 기소는 221건에 불과했고, 재판은 40건, 체형은 14명에 그쳤다. 그나마 체형 받은 사람들도 곧바로 풀려났다. 이리하여 민족정기를 세우고 민족반역자를 처단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다.

2) 작년에 있었던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하겠다”는 반일·극일 운동이 전 국민으로 들불처럼 번져 나갔었다. 그러더니 이번엔 코비드19 사태를 맞아, 코로나 극복 운동으로 연결되고 있다. 가슴 훈훈한 미담(美談)에서 울컥하게 하는 용담(勇談)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와 SNS에 빼곡하게 올라오고 있다. 자신의 위험은 아랑곳 않고 대구로 달려간 간호사와 의사들, 격리된 확진자들을 위해 생필품을 날라주는 자원봉사자들, 자기보다 더 불우한 이웃을 위해 마스크를 기부하는 이름 모를 의인들, 방역지침에 따라 스스로 사회적 격리를 하면서 타인에 피해가 안 가게 하려 애쓴 대부분의 국민들, 이런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과로하다 쓰러진 공무원들, 재외국민들과 국익을 위해 헌신하는 외교도우미들, 처음부터 이번 사태를 예견이라도 한 듯 척척 대응하는 방역당국자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그야말로 국난극복이 취미인 백성이 아닐 수 없다.

3) 중요한 건 이제부터다. 이렇게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 분들에게 국가가 정당한 예우와 보상을 해야 한다. 훈장·포장·표창은 기본이고, 어떻게든 헌신한 분들에게 응분의 보상이 가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이 와중에 마스크를 매점매석한 자, 자가격리를 무시하고 방종한 자, 정부의 권고에도 집회를 강행한 단체, 집단전파를 의도한 자, 아무 도움도 안 주면서 공적은 가로채려는 정치인 등은 민형사 처벌은 물론이고, 천문학적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 이게 국격이다. 광복 이후 제대로 못한 반역자 청산과 민족정기 수호를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하자. 다행히도 우리 국민들의 의식과 행동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투명하게 시행만 하면 된다.

4) 현재 국내의 코비드19 사태는 뚜렷하게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물론 예전의 사스(SARS)나 메르스(MERS) 때를 돌이켜보면 아직도 잔불의 위험성이 남아있기는 하나, 일단 큰불은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해결의 일등공신은 뭐니 뭐니 해도 방역 및 의료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이 처음부터 잘 되어있었던 건 아니다. 사스나 메르스 때, 얼마나 많은 오류와 패착이 있었는지 돌이켜보자. 우리나라의 으뜸 종합병원이 배양접시 역할을 했었고, 초기대응이 잘못 되어서 슈퍼전파자도 나왔었다. 그리고 전체를 컨트롤하는 시스템이 미흡해서 우왕좌왕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오류와 패착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가장 경이로운 건 전문가가 이 사태를 컨트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체계가 있었기에 과학적으로 사태에 대처할 수 있었고, 비교적 단시일에 상황을 크게 안정화시킬 수 있었다. 이 시스템은 지금 전세계가 인정하고 칭송까지 하고 있다.

5) 그렇다고 이번 코로나 방역 한 건으로 우리가 선진국에 오른 건 아니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언덕이 많이 남아있다. 이번 사태와 가장 가까운 안전 분야만 하더라도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해마다 똑같은 안전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지하 매설배관의 경우에도 안전사고의 빈도는 줄고 있지만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이런 되풀이 구태도 방지하고 더 나아가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 한류’를 구현하기 위해, 현재 산업부와 울산시에서는 울산석유화학단지 내 지하배관의 안전사고를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 여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방진단, 일부배관 지상화, ICT 기술 접목, 통합관리센터 구축 등이 대표적이다. 이 또한 전문가의 손에 의해 제대로 구현되어 ‘안전한류’를 전세계에 뽐낼 날을 손꼽아 본다.





전재영 코렐테크놀로지(주) 대표이사·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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