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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학의 역사산책
코로나사태가 빛낸 민족의 저력
2020. 03. 25 by 울산제일일보

역사와 문화는 겨레 얼의 발현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타골 등 많은 세계 석학들이 ‘한국이 21세기 세계를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우리 국민들조차 ‘과연 우리에게 무엇이 있어 그것이 가능할 것인가?’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세계로 확산되고 세계 각국이 이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많은 국민들이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하고 확신하게 되었을 것으로 본다.

나는 그동안 붉은악마 응원단의 상징인 ‘치우천왕’이 우리 겨레의 특징을 가장 잘 실천한 이 시대의 멘토라고 소개하곤 했다. 그가 실천한 진취성과 역동성, 포용성이라는 민족저력은 우리가 이번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실황을 전한 여러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우리의 민족저력에 대해 산책해 본다.

치우천왕이 보인 진취성은 당시에는 없었던 국방전담조직인 군대와 세계 최초로 금속무기를 만들어 대규모 남방 정벌을 한 데서 엿볼 수 있었다. 이번 코로나19 검진키트나 치료약 개발 등에서 보여준 우리 겨레의 과학적 지혜도 그 DNA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 비록 지식이 앞서지는 못해도 그 지식을 현실생활에 적용하는 지혜가 빛났던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19 특효약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장 확실한 대응책은 면역력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의 면역력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는 확진률과 사망률(치사율)이다. 확진률은 세계의 통계를 믿을 수 없어 비교하기 어렵지만 3월 10일 이탈리아가 12.8%였다면 우리는 3.6%였다. 그리고 세계의 치사율은 3월 21일 현재 4.26%이었으나 우리는 1.06%로 이 또한 현저히 낮았다. 이는 우리 겨레의 식생활 습관이 우리 몸을 스스로 지키는 데 매우 유리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자료라고 본다.

역동성은 치우천왕이 기동력과 금속무기를 바탕으로 순식간에 남쪽 정벌을 마무리한 데서 엿볼 수 있고, IMF사태 때 금모으기로 위기를 극복한 일, 2002 월드컵 축구대회 때 거리응원으로 세계인들을 놀라게 한 일에서도 드러났다. 이번 사태 수습 초기에도 수백 명의 의료진이 생업을 접어둔 채 대구로 몰려들고 수많은 국민들이 이들에게 앞 다투어 지원물자를 보내며 성원을 아끼지 않은 것도 역동성의 DNA 덕분이었다.

치우천왕은 염제와 황제 등 싸움에서 굴복시킨 자들을 죽이거나 내치지 않고 함께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우리 백성으로 받아들이는 포용성을 실천했다. 나는 이것을 서로를 생존경쟁의 대상이 아닌 한 덩어리의 ‘우리’로 보는 ‘우리 의식’의 실현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태의 수습 과정에서도 중국 우한 시민들과는 달리 대구 시민들이 주변의 권유도 뿌리치고 대구를 벗어나지 않았던 것은 ‘도망가기보다 부딪쳐 함께 극복하겠다’는 ‘우리 의식’의 발로였다고 확신한다. 그 후, 유럽과 미국에서까지 생필품 매장이 텅텅 빌 정도로 사재기가 극성을 부렸지만, 우리나라에는 그런 낌새를 찾기가 힘들었다.

이를 보고 어느 외신 기자는 ‘어떻게 저럴 수 있느냐?’며 놀라워했다. 그러나 나는 ‘너와 함께 이겨낸다’는 ‘우리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바로 이것이 미래 인류사회를 바꿀 우리 민족의 저력인 것이다.

인류사회의 평화로운 공동번영은 ‘함께 가는’ 의식이 바탕이 될 때 이룰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세계의 많은 나라가 우리를 배우겠다고 하는 것은 바로 우리 민족의 저력인 진취성과 역동성, 그리고 ‘우리 의식’을 유감없이 보여줬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코로나19 사태는 우리나라가 미래 인류사회의 지도국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극적으로 보여준 계기였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박정학 역사학박사, 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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