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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산책
우유 이야기 ② 주식 자리 꿰찬 우유와 유제품
2020. 03. 12 by 울산제일일보
한국인의 영양섭취 중심에는 우유가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9년에 83.2㎏이던 우리나라 1인당 원유(原乳) 소비량이 2029년에는 89.3㎏로 미미하나마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유제품 수입도 증가 추세다. 2019년 유제품 수입량(원유 환산)은 치즈, 유장, 탈지분유 등의 수입 증가로 2018년보다 3.0% 늘어난 230만7천 톤으로 추산된다. 수입비중으로 보면 치즈(40.3%), 유장(25.6%), 탈지분유(7.1%) 순이고 수입국가별로는 EU(48.1%), 미국(32.6%), 뉴질랜드(11.0%), 호주(4.8%) 순이다.

한국인의 주식(主食)이던 쌀의 1인당 1년 소비량은 2019년 기준 59.2kg으로 60kg을 밑돌았으나 우유는 82.3kg이나 됐다. 우유가 양으로도 국민 주식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이러한 우유에 대한 부정적인 일부 시각과 진위 여부를 진단해 보자.

첫째, 말린 새우나 순무가 우유보다 칼슘 함량이 많다는 주장이다. 이온화된 우유의 칼슘과 달리 새우 속의 칼슘은 국물로, 그것도 소량으로 소비돼 식품 속 양만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가령 200g의 우유 한 잔과 같은 양의 칼슘을 섭취하려면 생선은 440g, 채소는 977g을 먹어야 하지만 꾸준히 먹기는 사실 어렵다.

둘째, 우유 속의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에서는 심장병과 당뇨병 예방을 위해 「우유 1L에 베이컨 5장의 지방, 0.12g의 콜레스테롤!」이라는 캠페인을 벌이면서 과량의 우유 섭취가 고에너지 식(食)이어서 건강에 유해하다면서도, 미국 농무성과 보건사회복지성이 2000년 5월에 내놓은 「국민 식생활 가이드라인」에서는 「우유, 유제품은 매일 2~3회 섭취」라고 안내해 우유나 유제품을 적은 양으로 자주 먹는 것이 국민 건강에 유익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셋째, ‘약물에 절은 우유’라는 표현과 항생물질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다. 판매용 젖을 짜는 젖소에는 항생물질 투여가 금지되어 있고, 이에 따라 목장 우유를 차에 싣기 전에는 원유 샘플을 꼼꼼하게 검사하는 등 관리를 엄격하게 하고 있어 원유나 우유, 유제품에 항생물질이 잔류하는 경우는 없다. 우유가 입으로 들어가는 먹거리인 만큼 안전한 관리를 위해 과학지식을 총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각종 광고가 소비자를 현혹시키려고 구사하는 ‘완전 영양식품’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유가 단백질 균형이 좋아서 일반적으로 하는 말일 뿐이다. 포유동물 가운데 어린 소는 한동안 다른 식품 없이 우유만으로 살아갈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완전 영양식품일 수 있지만, 이유기(離乳期)가 지나면 그 밖의 다양한 영양소를 필요로 한다.

다섯째, 흰 우유 일색이던 유제품 시장이 각기 다른 기능성을 강조하는 소비자 맞춤형 시장으로 다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맞추기 위한 자연스런 현상으로, 우유와 유제품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모양새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테면 지방함량을 낮춘 저지방·무지방 우유, 유당을 제거해 소화를 돕고 숙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우유, 치매 예방효과가 있는 콜린 등을 강화시킨 기능성 우유의 출시가 그것이다. 지금은 가공을 안 거치고 기능성 우유를 직접 생산하는 젖소 개발 연구도 한창이다. 사람의 모유에 가까운 우유를 만들어내는 젖소의 개발은 상상만 해도 흥미로울 것이다.

우리가 태어나서 처음 먹은 음식은 엄마젖(모유) 아니면 소젖(우유)이었을 것이다. 수많은 식품 중에서도 우유에 특히 주목하는 것은 그토록 좋은 엄마젖을 일상에서 먹을 수 있었으면 하는 인간적 욕구 탓인지도 모른다. 주식처럼 돼버린 우유와 유제품에 대한 깊은 성찰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윤주용 울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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