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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산책
우유 이야기 ①
2020. 03. 04 by 울산제일일보

1. 고대부터 인정받은 영양식, 우유의 역사

인류는 수렵시대를 지나오면서 동물을 가축화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소, 염소 등의 젖을 음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유는 BC 7000년경 지중해 동쪽 서부아시아와 터키 등지에서 마시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08, Nature), BC 6000년경 메소포타미아, BC 3500년경 이집트 등지의 무덤과 신전에서는 젖을 짜거나 가공하는 모습을 그린 벽화가 발견되었다. 세계 주요 종교의 경전인 성경(기독교), 베다경전(힌두교), 반야경(불교) 등에는 모두 우유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특히 성경의 출애굽기 3장 17절에는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이라 하여 우유를 생명체 최고의 양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베다경전에는 석가모니가 유미(乳米) 죽을 먹고 기력을 회복한 내용이, 반야경에는 우유를 이용해 치즈를 만드는 과정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즉 “소에서 젖을 얻고, 젖에서 락(酪)이 생기고, 락이 생소(生蘇)가 되고, 생소가 숙소(熟蘇)로 변하며, 숙소에서 제호를 얻으며, 이것이 만병통치의 약”이라고 기록한 것이다. 이로 미루어 우유가 고대에도 널리 활용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BC 6000년경부터 만들기 시작한 치즈는 이집트, 중앙아시아에서 터키, 로마, 그리스 등 지중해 연안을 거쳐 전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BC 3000년경 이집트 고분에서는 치즈가 담긴 유물이 발견되었고, BC 400년경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도 ‘우유는 완전식품’이라며 영양학적 우수성에 대해 언급했다.

인류는 이처럼 우유를 바탕으로 다양한 식문화를 발달시켰다. 지중해 동쪽 서부아시아에서 시작된 우유 음용은 인더스,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등 문명의 발상지를 거치면서 다양한 가공기술로 발달하기에 이른다. 특히 하드치즈의 제조법은 로마제국의 번성과 함께 이웃나라로 빠르게 전해져 오늘날과 같은 다양한 치즈로 발달하게 되었다. 산업으로서의 낙농업 발달 과정을 살펴보면, 시작은 젖소 몇 마리로 우유, 요구르트, 버터, 치즈 등을 생산해 자가에서 소비하거나 마을에 보급하던 소규모 형태였다. 이것이 19세기경 도시의 발달을 거쳐 유제품의 대량소비처가 생기자 낙농업은 산업으로 발달하기에 되었다.

이와 같은 산업화는 대량유통을 필요로 했는데 여기서 커다란 문제가 발생했다. 우유를 대량 유통·소비하는 과정에서 어린이결핵이 많이 발생한 것이다. 역추적해본 결과 소의 결핵균이 사람에게 옮겨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우유의 위생적 처리를 위한 기술 개발을 서두른 끝에 당시 광견병 백신 개발로 유명해진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에 의뢰하기에 이른다. 이렇게 개발된 저온장시간살균법(LTLT)에 따라 63~65℃에서 30분간의 처리과정을 거쳐 우유의 성분변화를 최소화하게 되면서 세균으로부터 안전한 우유를 만들 수 있었다. 일명 ‘파스퇴르 살균법’이라고 한다.

이후 우유의 대량생산 체계가 갖춰지면서 시간의 효율성을 위해 72~75℃에서 15초간 처리하는 고온단시간살균(HTST)과 135℃에서 2~3초간 처리하는 초고온순간살균(UHT)으로까지 발달하게 된다. 오늘날 ‘목장에서 식탁까지’ 즉 생산과 유통의 전 단계에 걸쳐 철저한 위생관리가 적용되어, 목장에서 착유한 원유가 마트에서 판매되는 우유가 되기까지는 원유(原乳) 검사, 살균, 포장 및 제품검사 등 까다로운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검사과정을 보면 원유의 품질은 세균수, 체세포수 및 지방함량에 따라 1등급A, 1등급B, 2등급 등으로 분류된다. 이를 원유가격에도 반영해 위생적이고 높은 품질의 우유를 생산하는 것이 수익과 연결되도록 하고 있다. 홀스타인 젖소에서 나오는 원유의 지방함량은 평균 3.5~4%이지만 시중에서 사서 마시는 일반우유는 3.0%이상, 저지방우유는 2.0%이하이다. 지금까지 인류의 우유 이용 발자취와 오늘날과 같은 처리방법에 이르기까지의 큰 줄기를 살펴보았다. 다음 편에서는 우유의 영양학적 유용성과 과용에 따른 문제점, 그 해결방법 등을 알아보게 될 것이다. ▶계속 이어짐

윤주용 울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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