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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학의 역사산책
3·1의거의 세계적 공헌
2020. 03. 01 by 울산제일일보

3·1만세의거는 우리 민족의 항일독립투쟁이었지만 투쟁방법 면에서는 ‘무저항주의’라는 새로운 사상으로 세계에 공헌한 획기적 사건이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런 주장을 편 사람은 정명악 선생이다. 그는 1930년대에 천재들만 들어간다는 동경대학 철학과에 입학했으나 한 학기를 마치고는 배울 게 없다며 자퇴하고 6개 국어를 읽을 정도로 독서를 많이 해서 선(仙)철학의 체계를 세운 분이다. 그는 <정치경제원론>이라는 책에서 무저항주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3·1의거에서 ‘독립’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투쟁방법으로 나타난 ‘무저항주의’의 원리는 인도(人道)에 따른 평화주의다. 아울러 무저항주의는 파괴와 살인이 뒤따르는 무력전을 피하고 비협력·비생산을 실천해 고립과 자연패망을 유도하는 경제전략이며, 일체의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적의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행동절단주의로, 파괴보다 더 무서운 전법이다. 이것이야말로 선(仙)사상과 유불(儒佛)사상이 녹아든 홍익인간의 이념을 실천하던 한국인의 제3의 발견이며, 파괴와 살육을 막는 인도주의 최고의 관점으로, 우리 겨레의 사상적 천재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이 사상은 우리 내부에서 끝나지 않고, 가장 문화적인 대중투쟁 방법으로 세계화되었다. 인도로 가서는 간디의 비폭력 무저항주의로 살아나 인도의 독립에 큰 영향을 미쳤고, 세계 각국 노동자들에게는 ‘파업·휴업’이라는 새롭고 효율적인 투쟁방법이 되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냉전’이라는 대결전법으로까지 발전했다. 그리고 오늘날 이념을 초월해 전 세계에 보편적으로 퍼진 ‘데모’ 투쟁은 우리가 발견한 무저항주의에서 발전된 투쟁전법이다.

이처럼 3·1의거의 무저항주의는 파멸과 독점에서 세계를 구할 수 있는 위대한 투쟁방법으로 발전되었으니, 인류사회를 영원한 평화로 이끌어가는 위대한 문화혁명이자 세계적 공훈인 것이다. 나아가 이 논리를 철학적으로 체계한다면 다른 분야에도 중대한 발전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다.”

정명악 선생은 이처럼 3·1의거의 무저항주의를 우리의 민족정신인 홍익인간 사상과 연결시켰고, 그것이 세계의 투쟁문화에 혁명을 가져와 미래 인류사회를 영원한 평화로 이끌 수 있다고 보았다. 또 이를 체계화하면 미래 인류사회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한 그의 지적은 지금도 우리에게 해결과제를 알려주는 탁견이라 할 수 있다.

인간사회에는 항상 강·온 전략의 대립이 있어왔다. 무저항주의는 부정이나 압제, 폭력 앞에서도 결코 폭력으로 맞서지 않고 저항하는 ‘비폭력 평화주의’의 한 형태로, 인간 양심에 바탕을 둔 종교적·인도적·평화적 투쟁방법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무한경쟁 이론을 내세우는 강경파 입장에서 보면 전투를 회피하려는 약자의 핑계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인도처럼 신사적인 방법으로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경우도 있지만, 일제는 반성은커녕 더 악랄한 압제를 가했고, 이는 우리 민족의 무력투쟁론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그런 아쉬움이 있기는 해도, 무저항주의가 우리의 민족투쟁 방법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 인류사회에 가장 문화적인 투쟁방법으로 확산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앞으로 인류사회에서 무한경쟁이라는 무력적 방법을 넘어 조화를 통해 평화적 공동번영을 이루는 데 기여하는 사상적 바탕이 되기 위해서는, 정명악 선생이 내린 결론처럼, 인간의 양심에만 기대지 말고 구체적 전술을 포함한 철학적 논리체계를 정립해야 한다. 이번 3·1절이 그런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박정학 역사학박사·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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