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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학의 역사산책
사연댐 해체와 반구대암각화 보존
2019. 12. 17 by 울산제일일보

지난 4월,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한 시민들의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는 보도를 보면서, 6~7년 전 청와대 측에서 문제를 제기해 검토했다가 흐지부지해진 것처럼 또 다시 관심에서 멀어질까 염려되어 잠시 산책해 본다.

정신문화의 시대라는 21세기에 한류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 우리 문화 속에 미래 인류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어떤 정신문화가 들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한류가 뜨는 이유를 반구대암각화에서 확인할 수 있고 세계적 문화유산으로도 각광받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원형대로 보존하기를 바란다.

지금 세계는 무한경쟁의 원리가 지배하는 자유·자본주의로 인해 1% 대 99%라는 극단적 양극화의 몸살을 앓고 있다. 이를 해소하려면 너와 내가 ‘생존경쟁’의 관계가 아니라 ‘우리’로 하나 되어 공동번영을 누리는 관계라는 기본인식 틀의 변화가 필요하다. 많은 세계 석학들은 홍익인간 이념이 미래 인류사회를 구원할 이념이라고 말한다. 한류가 뜨는 이유는 우리가 실천하며 살아온 홍익인간 이념이 그런 어울림의 생각 틀이기 때문일 것이다.

1995년 국보 제285호로 지정된 반구대암각화는 단순한 암각화가 아니다. 인류 최초의 고래사냥 그림이자 큰 고래를 많은 사람이 역할을 분담하여 잡는 그림이다. 또한 너와 내가 생존경쟁을 하는 그림이 아니라 서로 협동하여 공동목표를 달성하는 그림이다. 동시에 한류가 뜨는 이유이자 극단적 양극화를 해결하는 미래형 생각의 틀인 홍익인간 이념을 실천하는 최초의 장면이기도 하다. 앞으로 한류가 뜰수록 더 많은 관광객들을 유치할 수 있는 귀한 자산인 셈이다.

어디 그뿐인가. 가까운 천전리에는 공룡발자국과 화랑들의 그림이 있는데다, 촌로들의 입에서 수몰지역에 또 다른 암각화와 공룡발자국과 같은 문화유적이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니 이 지역 문화유적의 미래형 가치는 갈수록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더욱이 인류사회 최초의 협동 장면 그림만이 아니라 공룡시대에서 신라화랑시대에 이르기까지 긴 기간의 흔적과 문화도 같이 남아있으니 그 가치는 엄청나게 커질 것이다. 7년 전과 달리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넘어 사연댐 해체론을 들고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한다. 지금까지 30여년을 끌면서 사실상 방치해온 세계적 문화유산의 보존 문제는 울산시민뿐만 아니라 인류사회를 구원하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나도 사연댐 해체론에 적극 찬성한다.

울산시가 주장하는 식수 문제는 낙동강 또는 운문댐 물을 끌어오거나 새로 주변에 댐을 건설하여 해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문화유적은 다른 데서 구할 수 없을 뿐더러 물속에 잠기거나 훼손되고 나면 다시 복원할 수도 없다. 지금은 정신문화의 시대다. 우수한 정신문화를 찾아 널리 알리고 수익 창출을 도모해야 할 책임이 울산시에 있다.

그럼에도 7년 전 울산시장이 ‘맑은 물 공급 대책 없는 수위조절은 절대 불가’라고 무식의 극치에 가까운 발언을 하더니, 지난 4월에는 송철호 시장도 ‘사연댐 해체는 없다’면서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한 시민단체의 요구를 일축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식수 문제와 그 비용만 내세워 가치가 훨씬 더 큰 문화유산 복원 대책을 미루는 단견이 답답하게 느껴져 안타까움을 더한다.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훌륭한 문화유산을 지닌 내 고향 울주가 자랑스럽다. 울산시에서는 암각화가 한번 무너져버리면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잊지 말고, 장기적으로 국가의 위상과 수익 창출을 높일 수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을 살리기 위해 좀 더 멀리, 그리고 높이 내다보고 과감하게 세계적인 ‘문화고장 울산’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박정학 역사학박사·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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