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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학의 역사산책
경찰의 검도 챙기기 유감
2019. 09. 25 by 울산제일일보

택견이나 태권도를 우리 전통무예라고 한다면 검도는 일본을 상징하는 무도로서 조선총독부의 잔재다. 따라서 요즘 일본상품 불매운동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배우기를 거부해야할 대상도 될 수 있다. 축구나 펜싱처럼 외국의 것이라도 세계화되고 필요한 것이라면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경찰이 우리 것보다 오히려 더 챙기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최근 역사의병대에서 논의된 내용을 중심으로 간단히 산책해 본다.

칼이라는 무기와 그 사용법을 처음으로 개발한 사람은 붉은악마의 상징인 치우천왕이고, 고조선 문화를 대표하는 것이 비파형동검(琵琶型銅劍)과 세형동검(細型銅劍)이다. 이렇게 ‘검(劍)’의 원조가 우리 겨레이다 보니 일부 검도단체에서 말하듯이 검도가 우리나라 전통무예라는 말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무예도보통지’에서 ‘본국검법’이라고 하는 등 ‘검법’이라고 했으므로 ‘검법’은 우리나라 고유의 무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 무사도를 상징하는 사무라이들의 대표적인 무도이자 현재의 경기방식, 도복, 죽도 등 많은 부분이 일본식인 ‘검도’를 일본 무예라고 하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조선총독부 헌병경찰은 검도를 중점수련 무예로 선정했고, 전 일본 검도대회를 통해 검도 잘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특채하여 조선인을 탄압하는 앞잡이로 만드는 친일파 양성에 활용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악명 높았던 일본경찰 출신 우리나라 사람들이 광복 후 처단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대한민국 정부의 경찰간부 80%(정확한 자료 미확인)를 차지하게 되다보니 문제가 생겼다.

지난 6월의 역사산책에서 소개한 바도 있지만, 1948년 제헌국회에서는 친일파 처단을 위해 반민족행위처벌법을 제정하고 동법 제8조와 9조에 따라 이를 집행하기 위한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의 줄임 말)’를 만들었다. 그 후 전국적으로 신고를 받고 조사를 한 끝에 조선총독부 시절 일본에 빌붙어 민족을 배반했던 친일파의 명단과 그들의 친일행각을 종합 정리하여 이들을 법정에 세워 처단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여기에는 일본경찰에 근무했던 사람들이 많이 포함되었다. 그런데, 6월 6일 친일 경찰들이 반민특위 사무실을 습격하여 그런 서류들을 모두 없애버렸고, 이어 이승만 대통령이 반민특위를 해산함으로써 결국 친일파 청산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처단되지 않고 살아남은 친일 경찰들은 그들이 배우고 경험한 조선총독부 헌병경찰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아 검도를 경찰 수련 무도의 중심으로 정하고, 1950년부터 전국경찰검도대회를 개최하여 상위 입상자들에게 승진 등의 혜택을 주어 왔었다. 여기까지는 당시의 정황으로 보아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2005년부터 대한검도회 일반부에 등록된 검도 수련인들을 대상으로 경찰청장기 일반인 검도대회를 새로 만들어 3단 이상의 고단자들을 경력채용하기도 하고, 상위 입상자를 경찰로 특채하는 등의 특혜를 주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올림픽 정식 종목까지 되었던 태권도나 우리 전통무예인 택견 등의 수련인들은 물론 우리나라 전통 검도임을 자처하는 해동검도나 화랑검도 수련인들에게는 주지 않는 그런 특혜를 전국체전의 정식 종목도 아니면서 일본무예인 검도를 특별히 챙기는 조치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는 과거 친일파 양성 수단이었던 검도를 다시 일으키기 위한 일본 우익들의 신친일파 양성 전략이 먹혀든 것은 아닌지 의심까지 되므로 더욱 그렇다.

지금 대한민국의 민주경찰이 그럴 리는 없을 것으로 믿고, 현재 경찰대학생들에게 태권도, 유도, 검도, 합기도의 4종목을 필수로 가르친다고 하지만, 군의 태권 장려 정책과 비교하면 그런 생각을 불식하기 어렵다. 자칫 경찰이 일제(日帝)문화의 온상이라고 알려지거나 그런 일을 조사하여 막아야할 신친일파 양성 계획에 당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으면 경찰이 이미지를 크게 구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검도 챙기기를 태권도나 택견 챙기기로 바꾸기를 기대한다.



박정학 역사학박사·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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