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울산제일일보
뒤로가기
박정학의 역사산책
‘독립기념관’ 이름, 바꿔야 한다
2019. 07. 22 by 울산제일일보

8월 15일은 ‘광복절’이다. 그런데 이 날과 관련된 건물은 ‘독립기념관(獨立紀念館)’이다. 32년 전에 붙여진 이름으로, 그간 그 이름과 전시내용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많았다. 지금이라도 이름이 바뀌기를 바라면서 잠시 산책한다.

‘독립기념관’은 전두환 대통령 취임 직후 일본 교과서의 우리 역사 왜곡 등에 따른 국민들의 빗발치는 반일 여론에 따라 1982년 8월부터 국민들의 성금을 모아 1987년에 세워졌다. 성금 모금 당시에 “‘임시로 독립기념관’ 건립 성금 모금이라고 하면서 최종 명칭은 공청회를 통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결정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당시에도 ‘독립기념관’이라는 이름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그래서 주무부서였던 문화공보부 이원홍 장관이 개별적으로 15개 관련단체장들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들었는데 ‘독립유공자유족회’를 제외한 14개 단체가 이름을 바꾸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에게 그대로 보고했으나 “성금을 거둘 때 붙인 이름인데 그대로 하면 되지 뭘 바꾸느냐?”는 말 한마디에 더 이상의 논란이나 공청회가 없어졌다고 한다. 대국민 약속을 어긴 것이다.

2002년 4월 사)한배달에서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208명의 응답자 중 64%인 133명이 ‘독립기념관’이라는 이름을 바꾸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는 5천 년의 유구한 역사가 있는데도 ‘신생독립국 냄새’가 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대로 두자는 의견도 28%나 되었으나 이름이 좋아서가 아니라 이름보다 내용, 역사를 바로잡는 것이 급선무라는 의견이었다.

그리고 독립기념관법(獨立紀念館法)의 설립 목적을 ‘외침을 극복하고 민족의 자주와 독립을 지켜 온 우리 민족의 국난 극복사와 국가 발전사에 관한 자료를 수집·보존·전시·조사·연구함으로써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민의 투철한 민족정신을 북돋우며 올바른 국가관을 정립하는 데에 이바지함’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 독립기념일(獨立記念日)처럼 대일광복투쟁사만을 전시하는 곳이 아니라 국어사전에서 ‘오래도록 사적(事蹟)을 전하여 잊지 않음’이라는 의미의 ‘紀念館’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실제 전시내용을 보면, 7개 전시관 중 제1전시관(겨레의 뿌리) 외의 6개 전시관은 겨레의 함성(3·1운동 자료), 평화누리(독립운동 내용), 나라되찾기(항일무장투쟁), 새나라 세우기(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및 민중투쟁) 등 대일광복투쟁 자료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일본으로부터 독립한 것을 기념하는 기념관’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독립을 지켜온 자료를 전시한다’면서 3·1운동 기록화에서 만세 부르는 우리 국민보다 일본 헌병을 더 크게 그렸고, 방문 외국인의 90% 이상이 일본인이고, 그 중에서도 교육적인 목적을 가진 일본 학생들의 수학여행이 많은 점에서 ‘혹시 그들의 한반도 지배기념관을 보러오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느끼게 했다.

독립기념관을 세운 지 33년, 3·1만세의거 100주년이 되는 올해에는 그간의 많은 지적들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하여 ‘민족 고유의 불굴의 저항정신을 기념하고 계승함으로써 한민족의 상징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미래지향적으로 바뀌기를 기대한다.

이름을 ‘민족(역사)관’ ‘겨레의 집’ 등으로 하고, 땅을 좀 더 넓혀서라도 어우름을 중시하는 우리 민족창세신화(마고신화 등)로부터 만주지역 신시문화와 요하 지역의 고조선 문화·역사, 광개토호태왕의 주변 정벌 활동, 발해의 후손들인 요·금·원·청 등 우리 겨레 역사 전체를 볼 수 있는 여러 개의 전시관을 만들면서, 그 속에 대한민국임시정부의 활동을 중심으로 한 ‘대일광복투쟁관’과 ‘친일매국활동전시실’을 따로 만들어 민족배반 활동을 경계하는 교훈을 전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만약, 지금처럼 대일광복투쟁 내용을 중점 전시한다면 이름을 대일광복투쟁관, 대한민국임시정부관 등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박정학 역사학박사, 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