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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학의 역사산책
발해는 우리 민족 국가가 아닌가?
2019. 03. 27 by 울산제일일보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듯 ‘설마 이것은 조선총독부의 잔재가 아니겠지’ 하면서도 ‘반도사관을 만들기 위해 배제시킨 것은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발해가 우리 민족 국가인지 아닌지 애매하게 표현하고 있는 교과서를 조심스레 산책해 본다.

모든 역사교과서에서 발해는 “고구려 부흥운동의 결과로 건국되었다.”고 기술해 발해가 고구려를 이은 국가임을 분명히 하고 있고, 거의 모든 국민도 그렇게 알고 있다. 그러면서 그 당시를 신라, 후백제, 후고구려(=고려)만을 지칭하는 ‘후삼국시대’라고 부르고, ‘고려는 후백제와 신라 세력뿐 아니라 발해 사람까지 받아들여 실질적인 민족 통일을 이루었다’고 표기하고 있다. 발해가 고려 통일에 포함되는지조차 애매한 것이다.

그리고 고려의 민족 재통일 이후에는 고조선-고구려-발해까지 3천300여년간 같은 민족으로 살던 발해의 후손 즉 요·금·원·청을 우리 겨레 역사에 포함시키지 않고 ‘이민족’ ‘북방민족’이라 하여 우리 겨레가 아민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바로 그 전까지 만주지역 종족들을 오랑캐라고 비하하던 중국에서 발해의 후손들이 세운 요·금·원·청을 자기네 역사에 포함시켜 중화족 시조 황제의 후손으로 만드는 데 이어 동북공정까지 추진해, 요·금·원·청의 조상나라인 발해·고구려·고조선을 자기네 지방정권으로 만드는 연결고리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신라가 삼국통일을 했다’는 것은 모든 교과서의 기록이 똑 같고 국민들도 그렇게 알고 있다. 하지만 “당의 힘을 빌려 이루어졌고, 고구려 북쪽 영토를 잃어 한반도 전체의 통일을 이루지는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에도 많이들 공감한다. 그런데 ‘백제와 고구려의 부흥운동’이라는 난을 별도로 만들어 백제계와 고구려계 사람들의 부흥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된 내용을 게재하면서 “고구려 유민의 부흥운동은 대조영의 발해 건국으로 그 열매를 맺게 되었다.”고 하여 고구려 북쪽 영토를 잃었다는 내용과 모순되는 기술을 하고 있다.

이처럼 모든 교과서에서 ‘발해는 고구려를 계승한 나라임을 분명히 했다’고 기술하고 있지만, 초등학교 사회 5-1 등 일부 교과서에는 “고려를 세운 왕건은 후삼국의 혼란을 극복하고 민족의 실질적인 통일을 이루었다.”고 하여, 후삼국에 포함되지 않은 발해는 언급도 하지 않고 ‘민족의 실질적 통일’이라 함으로써 발해를 우리 민족 국가가 아닌 듯 기술하기도 한다.

또 다른 부분에서는 “발해의 멸망 이후 만주를 포함한 한반도 북쪽 지역의 땅은 다른 나라의 영토가 되었다. 이로 인해 우리 민족은 만주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잃게 되었다.”면서 ‘후삼국 시대의 영토’라는 지도에 청천강에서 원산만까지를 후삼국 영토로 표시하고, 그 북쪽 발해 영토 자리에는 ‘여진’ ‘거란(요)’이라 표기하면서, 이들을 ‘이민족’ ‘북방민족’이라고 기술한다. 발해를 우리 민족 국가에서 배제하는 모습이다.

이것이 과연 우리 역사교과서인지 의심이 간다. 발해가 우리 민족 국가인지 여부도 애매하게 해놓고는 끝에 가서 이민족으로 만들어놓았으니, 그 후손들은 당연히 우리 민족이 아니게 된다. 왜, 누구를 위해 이런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것일까? 반도사관을 만들기 위해 만주지역에 있었던 고조선-고구려를 이은 발해와 그 후손들을 우리 역사에서 배제하려는 조선총독부의 흉계와 연결되는 것은 아닐까? 합리적 의심을 갖게 되는 대목이다.

교과서를 만드는 학자, 교사들이 이 정도의 기본상식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왜 조선총독부 논리를 무책임하게 따르는 것일까? 제발 하루빨리 발해와 발해의 후손들을 우리 역사에 포함시켜 주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박정학 역사학박사, 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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