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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학의 역사산책
단군사화의 ‘환국(桓國)’과 ‘환인(桓因)’
2018. 12. 04 by 울산제일일보
교과서에 소개된 단군사화의 맨 앞에 나오는 내용이 “옛글에 이르기를 옛날에 환인(또는 하느님이라 서술한 곳도 있음)의 아들 환웅이 있어”라는 구절이다. 국민들도 대부분 그렇게 알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의 환인(桓因)이 원문에는 환국(桓國)으로 되어 있는 것이 문제가 된다. 오늘은 그 관계를 살펴본다.

국사편찬위원회가 운영하는 한국사 데이터베이스에는 원문에 ‘古記云 昔有桓國(謂帝釋也) 庶子桓雄’이라 되어 있는데, 국역본에서는 교과서처럼 ‘환국(桓國)’을 ‘환인(桓因)’이라고 번역해놓고 아무런 설명도 없다. 대부분의 ‘삼국유사’ 번역본이나 주석본들은 아예 원문을 ‘환인(桓因)’이라고 바꿔놓기도 한다. 정부와 주류사학계의 시각이 그렇다는 말인데, 뭔가 문제가 있음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최남선은 조선사편수회 6차 회의(1932.7)에서 “고전을 인용할 때는 명백한 오류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고쳐선 안 되는데, ‘昔有桓國’이라고 해야 할 것을 후세의 ‘淺人의 妄筆’(이마니시의 가필을 말함)로 ‘桓因’이라고 한 것이니 바로잡아 달라”고 요청한 바도 있다. 문제의 발단은 원본에 ‘국’자가 ‘國’이라 표기되지 않고, 판본마다 ‘?’(만송문고본, 규장각본), (송석하본), (파른본) 등으로 다르게 표기되어 있어 因자로도 읽힐 수 있다는 데 있다. 이 문제는 신석기 후기에 ‘환국’이라는 나라(소국, 마을사회)가 있었느냐 아니냐로 연결되므로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로서, 단군의 건국 이야기를 신화로 만들려는 일본으로서는 최남선이 지적한 대로 가필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일본에서 처음 나온 ‘삼국유사’ 활자본인 1904년 동경대학 출판본에는 분명히 ‘國’자로 되어 있는데, 조선사 편찬 작업이 준비 및 진행 중이던 1921년 교토대학과 1932년의 고전간행회 영인본에는 과거처럼 因자로 고친 흔적이 뚜렷이 보인다. 그 이후에 ‘환인’으로 번역한 책이 나오기 시작했으니 최남선의 말처럼 우리 역사를 축소, 왜곡하는 조선사 편수사업을 진행하면서 손을 대었을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일부 역사교과서에 이 가필된 모습이 게재된 경우도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삼국유사’의 ‘昔有桓國(謂帝釋也)’에서 환국 뒤에 붙은 ‘제석을 말한다(謂帝釋也)’는 주석이다. ‘환국’은 나라인데, 사람을 지칭하여 ‘제석을 말한다’고 하니 좀 어색하다. 제석을 사람이 아니라 ‘제석천’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그 뒤에 서자(庶子)가 나와 서자 환웅의 아버지이므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똑 떨어지는 기록이 있다. 조선 후기 문신인 남구만(南九萬)의 시문집인 ‘약천집(藥泉集)’에는 “이 내용(단군사화)은 삼한고기에 실려 있는데, 지금 삼국유사에 실어놓은 고기의 내용을 보면 ‘昔有桓國帝釋 庶子桓雄’이라고 되어 있다…”고 하여, 현재 모든 삼국유사본과 다르게 당시에 그가 본 ‘삼국유사’에는 ‘謂帝釋也’라는 주석이 없고 환국 임금의 아들 환웅(桓國帝釋 庶子桓雄)’이라고 기술되어 있었다니, 해석에 전혀 문제가 없다. 이와 똑 같은 내용이 단군조선사를 우리나라 역사의 본기에 넣은 최초의 학자인 영조 때 사람 이종휘의 시문집 ‘수산집(修山集)’과 1915년 어윤적이 펴낸 ‘동사연표(東史年表, 단군1년~1910년간의 연표)’에도 실려 있다.

그리고 ‘환단고기’ ‘삼성기 상’의 맨 앞쪽에 ‘우리 환이 가장 오래 전에 건국을 했는데, 이를 환국(桓國)이라 하고, 그 감군(監君, 임금이라 보아도 무방)을 천제환인(天帝桓因)이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있으니 ‘제석이 환인’이었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내가 볼 때는 ?, 國 등 서로 다른 국(國)자의 표기나 ‘제석을 말한다(謂帝釋也)’라는 주석은 뒤에 제자들이 붙였거나 복간하는 과정에서 가필되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제는 우리 역사의 뿌리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문제이므로 2005년 교육부 고위공무원이던 성삼제가 ‘고조선, 사라진 역사’에서 자세히 밝혀놓은 것을 참조하여 정부와 학자들이 철저한 분석과 토의를 통해 하루빨리 바르게 정립하기를 기대한다.

박정학 역사학박사/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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