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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산책
생물과 함께할 때 가능한 친환경농업
2018. 11. 15 by 울산제일일보




미생물이 존재하는 장소는 인체, 식물, 토양 등 다양하다. 서식지 환경에 맞추어 자리 잡기 때문이다. 식물과 공생관계에 있는 미생물은 세균, 진균, 바이러스가 대표적이다.

미생물이 존재하는 곳을 크게 근권(根圈), 내권(內圈), 엽권(葉圈)으로 나눈다. 근권은 살아있는 뿌리에 영향을 주는 토양 영역, 내권은 식물체 내부, 엽권은 주로 잎에 사는 미생물의 서식지를 뜻한다. 미생물은 안전하고 먹거리가 풍부한 식물에 주로 정착한다. 식물은 살기 위해 발달시기와 환경조건에 따라 특정한 뿌리 분비물을 배출하여 생육에 필요한 미생물을 초대한다.

최근 미생물이 주목받고 있는 주요 기능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이 요약된다. ①식물은 성장과정 중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데, 미생물이 프롤린, 콜린 등을 분비하거나 식물이 합성하도록 신호를 주어 스트레스 저항력을 증가시킨다. ②식물도 동물처럼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는데 미생물은 에틸렌, 살리실산, 티아민, 리보플라빈과 휘발성물질 등의 면역물질 분비를 유도하여 면역력을 높인다. ③식물은 아프면 미생물에 SOS를 보낸다!

식물이 해충의 공격을 받으면 잎에서 뿌리까지 신호를 전달하여 해충을 죽이는 흙 속 미생물을 끌어들인다. 예를 들면 잎마름병균의 침입을 받으면 뿌리로 사과산(malic acid)을 분비하여 토양 내 바실러스균이 뿌리에 얇은 보호막을 형성하게 만든다. ④식물의 생육을 저해하는 특정 미생물을 이용하여 잡초의 생물학적 방제에 적용하기도 한다. ⑤석유, 중금속, 농약 등에 오염된 토양 복구에 미생물의 상호작용을 이용하면 정화 효율을 높일 수 있다. ⑥텃밭 활동 등으로 식물과 미생물에 자주 노출되고 미생물이 풍부한 농산물을 먹게 되면 건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다양한 토양 미생물에 대한 노출은 인체의 면역력을 증진시켜 알레르기, 아토피 등의 현대병 발생도 감소시킨다. 식물체와 같이 살고 있는 다양한 토양 미생물을 섭취함으로써 인체 내 미생물과 공생 또는 자극으로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울산시농업기술센터에서는 미생물 중 효과가 검증된 대표적 미생물 4종(바실러스균, 효모, 유산균, 광합성균)을 품질검정을 거쳐 생산, 매주 1회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2015년에 8천18곳이던 사용농가 수는 2017년에 1만6천16곳으로 3년 만에 2배로 늘어났다. 미생물 활용에 따른 기대효과를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한우에서 증체는 5.4%, 육질등급은 11% 향상돼 직접소득 효과가 있고, 송아지 면역력 증가에 따른 설사와 호흡기 예방 효과도 있다. 울산의 대표적 겨울 하우스채소인 부추는 7%의 증수와 품질향상을 보였다. 고추, 시금치 등 친환경채소 농가에서도 생육 증진 및 연작장해 예방 효과로 꾸준히 이용이 늘고 있다. 그 외에 생균제 대체 및 화학비료 사용량 감소에 따른 경영비 절감 효과도 있다.

가축분뇨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 황화수소 등에 의한 악취 문제는 이들을 먹이로 하는 광합성균 활용을 통한 효과가 기대된다. 미생물 활용에 따른 경제적 이익은 2017년 기준 울산의 대표농산물 2가지(한우, 부추)의 추정소득이 약 11억9천만 원으로 한우가 9억6천만 원, 부추가 2억3천만 원 정도였다. 울산지역 전체 농가가 활용할 경우 약 3배인 36억 원의 추가소득 증대와 친환경농산물 생산이 예상된다.

인류가 미생물의 존재를 알기 전에는 신으로 받들었다. 출산 때는 금줄을 쳐서 출입을 통제하여 병원성 미생물과 격리시키거나, 삼신할머니에게 빌었다. 최근에는 조류독감, 구제역 같은 병원성 미생물에 민감하다. 반면 우리는 유용미생물을 전통식단인 김치, 된장 등에서 늘 섭취한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생산, 공급하는 유용미생물을 농업에 적극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이 길이 농산물 생산량을 늘리고 친환경 농업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윤주용 울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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