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돌 한글날을 맞이하면서 한글의 역사에 대해 산책해 본다. 현대는 정보화 시대로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휴대폰과 컴퓨터로 인터넷과 SNS를 하면서 의사를 소통하고 있다. 그래서 ‘글자’를 찍는 자판기도 한글은 물론 영어, 독일어, 일어 등 세계 수많은 나라의 글들을 표시할 수 있고, 모양과 기능이 다양화되고 있다. 왜냐하면, 한 나라의 글자만으로는 다른 나라의 말을 제대로 표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때에 세계 모든 나라의 말을 모두 표기할 수 있는 문자가 있다면, 비록 단어의 뜻은 모른다 하더라도 발음을 할 수 있고 상대에게 의사전달은 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국제공용문자를 만들자는 얘기가 나오게 되었고, 학자들 사이에 ‘한글’이 가장 가능성이 있는 문자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인 게리 레드야드는 “한글은 세계 문자사상 가장 진보된 글자이다. 한국 국민들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문자의 사치를 누리고 있는 민족이다”라고 극찬한 바 있다. 또 제럴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문자는 한글이다. 한글은 인간이 쓰는 말의 반사경이다”라고 했다. 세계 언어학자들로부터 이런 찬사를 받으면서도 아직 국제공용문자가 되지 못하는 것은 현재의 한글이 ‘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다 표기할 수 있다’고 했던 창제 당시의 훈민정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반재원 훈민정음연구소장은 한 언론매체에 보낸 칼럼에서 이런 주장을 폈다.
“조선총독부에서 1912년에 한글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일본말과 글을 가르치는 데 필요한 정도의 글자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여 일본말을 적는 데 소용없는 네 글자와 순경음, 합용병서 등을 없애고 일본문자 수준의 절름발이 문자로 격하시킨 언문철자법을 만들었고, 1930년에 한국인 최현배 등 9명도 참석하여 재정리했다. 그런데 1933년 우리나라 학자들로 구성된 조선어학회(현 한글학회의 전신)에서 이를 거의 그대로 최초의 <한글 맞춤법 통일안>으로 만들어 공포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짐으로써 훈민정음의 기능성이 축소되어 영어의 f, v, r, z, ?, ð와 일본어의 ん, 중국어의 권설음 zh, sh, ch 등을 표기할 수 없는 절름발이 문자인 한글이 되어 있다. 1934년 7월 박승빈 등 112명이 훈민정음 28자를 모두 써야 한다는 ‘한글식 신철자법 반대 성명서’를 내는 등 반발과 일부 보완책이 나오기도 했으나 1948년 이후 지금까지 ‘사장된 4글자와 순경음 등 옛글자’에 대해 학계에서 공식적으로는 거론된 적이 없다.”
1940년대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어 현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 되어 있는데도, 우리나라 학자들이 그 책 하나도 제대로 번역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많은 재야 한글 또는 훈민정음 학자들이 있다. 이들은 없어진 네 글자와 순경음의 복원 및 자판기 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한글이 국제공용문자가 되어 세계 모든 컴퓨터와 휴대폰 자판기에 깔리게 되면,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또한 구길수가 1년에 약 3천조 원의 돈이 들어온다고 했을 정도로 나라에 들어올 금전적 수익이 엄청날 뿐 아니라 한류가 날개를 달게 되어 문화적으로 우리의 국격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여기에 남북한이 통일되어 홍익인간 이념이라고 하는 어울림의 원리를 세계인이 알게 되면, 현재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의 모든 어려움을 일거에 타개하고, 케인즈와 게오르규 등 세계 석학들이 말했듯이 우리 겨레가 21세기 인류사회를 구원하고 선도하는 데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가능해지려면 정부와 한글학자들이 열린 마음부터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지금까지의 많은 연구를 수용해서 훈민정음에서 없어진 4글자와 초성의 합용병서법(合用竝書法=서로 다른 글자를 나란히 붙여 쓰는 법. 보기 : ㄳ, ㄶ, ㄺ 등)을 살리고, 어떠한 초성과 중성, 종성과도 서로 결합할 수 있도록 ‘완성형’이 아닌 ‘조합형’으로 자판을 개량하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