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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학의 역사산책
누가 ‘유사사학자’인가?
2018. 09. 11 by 울산제일일보


최근 언론에서는 ‘유사사학’ ‘사이비사학’이라는 말이 제법 자주 등장하고 있다. 소위 ‘매국사학’으로 비난받고 있는 ‘강단사학’의 총알받이 역할을 하는 젊은 사학도들이 몇 년 전에 만들어내 지금은 학계와 언론에서 ‘바른’ 또는 ‘민족주의’ 사학을 비하·비난하는 데 사용하는 비역사학적인 용어다. 그런데도 버젓이 쓰이는 것은, 그들이 주장하는 논리가 옳은지 그른지를 심층 취재하여 국민들이 바르게 이해하도록 보도해야 할 기자들이 언론인의 본분을 망각하고 그들이 떠드는 대로 보도한 탓이다.

역사를 깊이 알지 못하는 국민들은 ‘대학에 있는’ 교수들의 말이고 언론에서 보도를 하니 그들의 말을 믿을 것이라고 국민 수준을 얕잡아보는 것이다. 간단한 몇 가지만 따져보면 그 진상은 바로 드러난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역사학계에는 조선왕조 600년 동안 스스로 중국의 일부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여 우리 역사를 축소시켰던 ‘사대사학’과 지난 세기에 35년간 일제가 우리 겨레의 얼을 말살하여 우리를 영구지배하려고 우리 역사를 철저히 왜곡했던 ‘식민사학’이라는 두 매국사학의 흐름이 있다. 이와는 대립적으로 일제로부터의 광복투쟁 과정에서 일제가 왜곡한 역사를 비판하고 바른 역사를 복원해야 한다는 ‘민족주의 사학’의 흐름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은 대립적인 사학을 ‘유사사학’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유사사학이란 ‘사학’이라는 이름만 달았지 실제는 ‘비학문적’인 주장이라는 말이다. 일반적인 학문의 기준과 그들이 말하는 ‘유사사학의 기준’을 비교해 보면 누가 유사사학자인지 쉽게 알 수 있다.

2016년 10월 8일 이화여대 인문관에서 있었던 제1회 고고학과 역사학 연합 학술대회에서 한국고대사학회 회장인 연세대 하일식 교수는 “민족사학계는 역사학이 아니라 ‘유사역사’ 주창자들”이고 “사실을 외면하면서까지 억지주장을 펴면 학문의 영역을 벗어난다”면서 유사사학의 식별기준으로 ‘위대한 민족을 강조하고 웅대한 국가를 외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말은 1980년대 초 서울대학교 김철준 교수가 책상을 치면서 “땅만 크면 다 좋은 줄 아느냐? 젊은 사람이 예의도 없이!”라고 윤내현 교수를 야단쳤던 내용이나, 그 몇 년 후 이기백이 “넓은 국토를 개척하여 군사적 강대국이 되어야만 위대한 국가가 된다는 낡은 역사관 자체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한 말과 너무 닮았으며, 2년 전 역사비평에서 젊은 사학도들이 ‘재야사학은 유사사학’이라고 한 말과 같은 맥락이기도 하다. 같은 말을 스승인 교수들이 받아서 ‘유사사학의 식별기준’이라고 격상시킨 것이다.

유사사학의 기준은 명확하다. 대학에서 논문을 심사하는 기준이 최소한의 ‘학문’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근거자료, 논리 전개의 합리성과 기법의 독창성 등이다. 서영대 인하대 교수는 2017년 고조선단군학회 학술대회에서 ‘역사학과 사이비 역사학을 구별하는 기준은 연구의 결론에 있는 것이 아니고, 역사학의 기본 룰을 지켰느냐(정통 역사학) 지키지 않았느냐(사이비 역사학)에 있다’면서 보조과학을 도입하여 논리적으로 사료 비판, 기존 학설 비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종서 박사는 사료 중에서도 그 당시 또는 가까운 시기에 쓰인 사료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족사학계에서는 아무도 ‘넓은 땅이 좋다’고 말하지 않았고, 수많은 1차 사료를 근거로 ‘바른 위치를 찾아보니 낙랑이 하북성이더라’고 주장한다. 매국사학자들은 사료적 근거는 하나도 없고, 일본인들처럼 실증이라면서 유물·유적만을 내세워 평양이라고 우긴다. 그런데 그것이 일본인들이 조작한 것으로 밝혀진 유물이거나 최근에 발굴된 유물을 두고 북한에서 ‘요동’이라고 분석한 것을 뒤집어 일방적으로 ‘평양’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지적할 뿐이다. 과연 어느 쪽이 유사사학인가?

작년 3월 9일 고대사 시민강좌를 시작할 때 젊은 사학도들을 사주한 것으로 자백한 조인성이나 노태돈, 이기동, 송호정 등 매국사학의 몸통들은 바른 사학계가 요구하는 ‘공개토론’에도 나오지 않는다. 대중들이 듣고 이병도로부터 이어져온 자신들의 비학문적인 논리를 알게 되는 것이 무서워서 안 나오는 그들이 바로 ‘유사사학자’들이다. 이것을 국민들이 알아야 우리 역사가 바로잡힐 수 있다.

박정학 역사학 박사 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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