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울산제일일보
뒤로가기
농심산책
폭염탈출·경관개선의 효자 ‘그린커튼’
2018. 08. 08 by 울산제일일보

지난달 26일 경북 경산시 하양읍의 무인 기상장비 수은주가 40.5℃까지 올랐다는 소식은 우리를 더 덥게 만든다. 질병관리본부는 열대야 일수의 증가로 8월 5일까지 온열질환자가 3천329명, 사망자가 39명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가전업계는 올해 판매될 에어컨 수를 지난해보다 10만 대 더 많은 260만 대로 예상했다.

‘죽음의 계곡’이란 별명을 가진 미국 서부 데스밸리(Death Valley)는 1913년 여름 57.7℃까지 올라간 기록이 있고, 최근에도 여름 평균기온은 47℃에 달한다. 일본 기상청은 7월 23일 도쿄의 기온이 40.8℃로 1875년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작가 오창길은 <일본 환경 견문록>에서 도쿄 이타바시의 공공건물과 개인주택 창문에는 덩굴식물들이 즐비하다고 기술했다. 도쿄와 같은 대도시에서 이처럼 덩굴식물들을 창가에 드리우는 것은 천연커튼이 되어 빛을 제한하고, 잎의 증산작용으로 온도를 낮추어주며 미세먼지와 소음까지 막아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린커튼(green curtain)은 탄소배출권 거래보다 실질적으로 지구 온난화를 막는 수단이 될 수 있어 더 중요하다.

녹색 지구는 그린커튼 설치처럼 피부에 와 닿는 것부터 시작해야 구체적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사람과 자연이 더위 속에서도 공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서울 노원구 청사는 입구나 벽면을 활용해 그린커튼을 조성했다. 이와 같이 우리 울산에서도 각 가정과 공공건물 외벽이나 베란다에 담쟁이덩굴, 호박, 오이, 수세미, 여주 등을 심어 그린커튼을 드리우면 얼마나 좋을까?

여름철에 사용하는 발이나 유리의 단열효과는 40~60%다. 반면 그린커튼은 80%에 이른다. 사람이 나무그늘 아래 있을 때 시원함을 느끼듯 그린커튼 안에서도 잎의 증산작용 등이 더해져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그 효과를 열화상카메라로 측정한 결과, 일반 벽면은 51.7℃, 그린커튼을 설치한 벽면은 41.1℃였다. 온도차가 무려 10.6℃나 되었다. 그린커튼이 설치된 학교 교실 안의 온도가 31~33℃인 반면 설치되지 않은 교실은 44℃로 조사됐다. 이처럼 그린커튼이 설치된 월계초등학교와 태랑중학교는 학생과 교사들의 만족감이 매우 크다고 한다.

서울처럼 땅값이 비싼 도시에서는 수평적인 녹지화보다 수직적인 녹화가 토지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러한 판단 아래 서울시농업기술센터에서는 그린커튼을 시범적으로 설치했고, 그 결과 효과와 호응이 대단해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린커튼에 가장 적합한 작물로는 비료를 적게 뿌려도 되고, 벌레도 덜 타고, 크는 속도도 빠른 나팔꽃이 손꼽힌다. 가정에서는 여주, 수세미도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3일 울산시장께서도 폭염과 미세먼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당부하신 바 있다. 울산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신삼호교, 명촌교 등 태화강 7개 다리의 난간과 태화강 지방정원 내 250m 덩굴터널에 다양한 식물을 심어 관리한 10년 경험이 축적되어 있다. 그린커튼의 경우 화분, 지지대, 그물 등 자재의 재활용이 가능해 첫해에는 비용이 많이 들어도 이듬해부터는 모종, 비료 등 최소의 비용으로 성과를 볼 수 있어 확산 보급이 쉬울 것이다.

울산에서 수직의 그린 공간을 만들기 위한 그린커튼 시범사업을 한다면 우선 설치할 곳은 학교, 노인정 같은 취약계층 거주지역, 관공서 등 많은 사람이 활용하는 곳이면 좋을 것이다. 경험에 비추어보면 5개 구·군에 총 50군데 정도는 설치해야 할 것 같다. 조기 확산을 위한 최소의 거점 물량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일반 시민들의 주택 보급용으로는 200곳 정도를 기본 물량으로 잡고 경진대회를 통한 시상 등 자율경쟁체제가 조기 확산에 도움을 주지 않을까 한다.

순서는 ① 신청 접수와 현지실사 후 선정심의회 회부 ② 대상자 확정 ③ 기본교육 및 DIY자재 설치 실습 ④ 자재 배부와 현장 설치 컨설팅 및 확인으로 마무리한다. 이렇게 하면 비용 절감과 자가 설치에 따른 애정적 관리가 기대된다. 그렇게 한다면 도시공간이 시루떡의 팥처럼 켜켜이 녹색공간으로 만들어져 폭염 탈출과 미세먼지 저감, 아름다운 도시경관이 동시에 연출되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윤주용 울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농학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