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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산책
‘하면 안돼’, ‘틀렸어’식 사고와 4차 산업혁명
2018. 03. 21 by 울산제일일보

“안 돼”, “틀렸어”와 같은 단어는 우리가 자라는 과정에서 어른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이면서, 지금 부모가 된 입장에서 어린 자식들에게 가장 많이 내뱉는 말이 아닐까 한다. 행동이나 생각에 제재가 담긴 말 뒤에는 좋은 것도 있는 반면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것을 잘 알지만, 경험과 학습에서 터득한 지식은 무시할 수가 없다. 이러한 의미의 말과 조언에 100% 공감하고 실천한다면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큰 탈이나 문제가 없이 남들과 비슷한 삶을 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남들이 즐겨 온 일과 생활 속에서 우리는 또 반복적 패턴으로 다른 사람이 누린 생활을 되풀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순탄하면서도 독창성이 없어 색다른 모습을 보기가 힘들 수도 있다. 새로운 직업이나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나타나면 마냥 신기하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현실이자 젊은이들이 꿈꾸는 미래상이기도 하다. 여하튼 현실은 어떤지 한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올겨울, 학생들이 붐비는 하교시간에 운전대를 잡고 학교 주변을 지나가다가 당황함을 느끼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학생들이 검은색 롱 패딩을 유니폼처럼 입고 움직이는 모습 때문이었고, 이때마다 좋은 느낌보다 조금은 어리둥절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왜 저마다 개성을 살리지 못하고 저렇게 유행에만 길들여져 있는지 하는 의문이 동시에 들었다.

그들만의 자유로운 표현방식이라는 생각에 그냥 웃어넘기고 말지만, ‘과연 그럴까?‘ 하고 정반대의 생각도 해 본다. 어릴 때부터 자유로움보다는 제한적인 생활, 주변 환경과의 조화로움을 더 강조한 기성세대의 교육방식이 과연 옳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혼자 튀지 않게 사고하고 남들과 비슷하게 행동하는 것이 공동체 생활의 기본적 패턴이 된다면 단결력 강화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창업이나 개성이 강한 비즈니스모델 발굴에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닌가? 하고 확대해석도 해 본다.

‘외국에서는 저런 제품도 만드는데 왜 우리는 없지?’라는 생각은 누구나 많이 해 봤을 것이다. 지금도 풀리지 않는 숙제이지만, 어쩌면 그 원인이 조기 교육과 기성세대의 제도에 기인한 것은 아닌지 원망해 보기도 한다.

4차 산업혁명에서 새롭게 제시될 기술 분야에도 이러한 현상과 너무 흡사한 점이 있다.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환경 속에서 완전히 새로운 제도와 규칙을 필요로 할 것이다. 사실 검증되지 않은 상태의 새로운 것은 누군가가 마루타처럼 활용하기가 어려운 문제이다. 그러기에 그 뒤에 따라오는 책임감에 대한 두려움은 당연히 느끼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글로벌 경쟁에 휩쓸리게 되는 후발주자라면 아무나 인정해 주고 박수 쳐 줄 상황은 못 될 것이다.

가끔 일을 하다보면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도전과 희생 그리고 선봉자 역할을 감당할 사람을 찾기 힘들 때가 많다. 새로운 기술이 반영된 새로운 사업을 위한 협의나 회의를 진행하다 보면, 오히려 그들은 규정과 제도를 내세워 안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먼저 찾아내는 경향이 있다. 물론 책임자 입장에서는 책임소재에 대한 엄청난 부담감 때문에 실패나 실수가 없는 일처리를 위해 역으로 추론하는 것이 옳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습관과 패턴이 우리의 미래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정부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하다가 잘못이라도 저지르면 면책해 주는 제도를 적극 활용토록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먼 나라의 제도처럼 느껴질 뿐이다.

책임 문제로 회피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확실한 안전장치 구실을 하는 제도가 필요한 동시에 도전적 의식개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규정 때문에 안 됩니다’, ‘규칙에 어긋납니다.’… 이러한 말들이 어찌 보면 책임감 있고 전문가적인 말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건 아니다. 안되면 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창출 능력이 아닐까? 개선된 업무와 패러다임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 신기술을 맞이하는 우리들의 자세일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 우리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직군별로 살펴보면, 우리의 일상적 업무는 로봇이나, AI가 반복학습을 통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영역이어서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창출은 어떻게 보면 인간만이 가진 고유의 능력과 기획력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스스로 우리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면죄부를 주자는 것은 아니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함에 있어 제한된 생각으로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억누르지는 말자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4차 산업혁명 사회에 대비해야할 자세가 아닐까?

박재영 울산발전연구원 산업경제팀,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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