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영원히 살아있다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5월의 출·퇴근길 문수로에는 주위가 온통 하양, 빨강, 분홍의 꽃들, 그리고 태화강 대공원에는 알록달록 거대한 꽃 대궐이 차려지고, 아카시아 향기에다 연두색 풀잎과 나뭇잎으로 장관을 이루니 어찌 아름답지 않은가? 게다가 풀잎, 풀잎이라고 반복하여 소리 내어보면, 어감이 마치 봄바람에 스치는 풀잎 소리같이 청량하게 들리니 신비로운 느낌마저 들게 한다.
미국 문학의 혁명적인 인물이며 국민 시인인 월트 휘트먼(Walt Whitman)은 ‘풀잎’에 대하여 읊었다. 한 아이가 두 손에 한 움큼 풀을 가져오면서/ “풀잎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니/ 풀잎은 신의 손수건 일지도 모른다/…”(Leaves of Grass)라고 했다. 풀잎하나 나뭇잎 하나를 보고서 신의 모든 것을 안다는 것 즉, 모든것을 건성으로 보면 안된다는 말이니 그의 표현은 정말 신비롭기만 하다.
이러한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보자니 그 옛날 재즈계의 대부, 루이 암스트롱의 팝송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가!(what a wonderful world)’가 머리에 떠오른다. “나는 푸른 나무들과 붉은 장미를 바라보아요/ 나는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을 바라보아요/ 하늘에 떠 있는 무지개 일곱 색깔은 너무나 아름다워요/…” 온라인 상에서 그의 옛날 공연장면을 그려보자면 흑인 특유의 하얀이를 드러내고 트럼펫 반주에 맞추어 노래하는 모습, 또 왼쪽 손에는 트럼펫을 들고 해맑게 웃으면서 열정적으로 부르는 모습, 가끔 찡그리기도 하면서 굵직한 저음으로 호소하는 모습이 너무나 평온하고 행복해 보이는 것 같다.
항상 너무 늦게 깨닫는 것이 우리 인간들의 속성인지라, 지금 바로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고 진정으로 얘기를 나눌 틈도 없이, 하루하루를 버겁게 살아가는 게 아닌가, 하루하루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일깨워주는 좋은 교훈이다. 현대인에게‘시간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일깨워주는 사람이 있다. 지난해 10월 췌장암으로 이 세상을 떠난 금세기 최고의 혁신가 스티브 잡스를 새삼 돌이켜보자. 2005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때 한 그의 명연설을 들어보면 그의 라이프 스토리를 잘 알 수 있다.
그는 20살 때 아버지가 쓰던 차고(車庫)에서 친구 워즈니악과 둘이서 ‘애플’이라는 구멍가게의 일을 시작한다. 열심히 일하여 10년 후, ‘애플’은 아버지 차고 속의 단 두 명에서 20억불의 매출을 올리는 직원 4천명의 거대기업으로 발전한다. 이미 그 전해에 매킨토시라는 훌륭한 제품을 내놓았는데 그의 나이 겨우 서른 살. 잡스는 대학도 제대로 다니지 않았고 양부모에게 자랐으니 남다른 각오가 있었을 것이다. 평상시 사무실 안에서는 맨발로 다니면서 넝마주의 같이 옷에는 늘 쾌쾌한 냄새가 날 정도로 일에 미쳐 있었다. 그러나 17살 때 읽었다는 다음의 경구(警句)는 늘 그의 마음을 가다듬게 하였다. “만약 당신이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처럼 산다면, 언젠가 당신의 인생이 분명히 옳은 삶이 될 것이다”라는 말이다. 또한 ‘늘 배고프라! 늘 어리석어라(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자세로 세상을 살았다고 하니 대단한 의지의 인물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오른쪽 귀퉁이를 한 입 베어 먹은 사과 모양의 애플 로고를 볼 때마다 잡스가 말한 시간의 소중함과 ‘스테이 헝그리! 스테이 풀리쉬’의 정신은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다.
<김원호 울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