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항공사가 필요하다
2010-07-07 울산제일일보
에어부산은 기존 대형 항공사에 비해 경제적인 운임체계를 갖추고 있다. 대형 항공사의 부산~김포 간 기본요금이 7만1900원인 반면에 에어부산은 5만2400원으로 KTX 요금 4만7900원보다 불과 4500원 비싸다. 에어 부산을 KTX 특실 7만1700원과 비교하면 오히려 1만9300원이 싼 편이다. 그래서 대형 항공사인 K 항공은 이용객 수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20.4% 감소했지만 에어부산은 108.5% 증가세를 보여 부산~김포를 운항하는 전체 항공사 수송 실적이 KTX를 추월하게 된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부산에어는 2008년 10월27일 부산~김포 구간에 20인승 소형 비행기를 띄우면서 취항했다. 그 해 12월1일 부산~제주 구간에도 취항해 저가 공세를 펴자 하루 5편 취항하던 대형 항공사 A 항공은 이 구간을 포기했다. 부산에어는 올해 3월에 부산~후쿠오카 노선에 취항했고 4월에는 부산~오사카 노선도 개설했다. 국내 노선에 이어 인접한 국제노선까지 항공망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당시 지역 항공사의 등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둘로 나눠져 있었다. 하나는 긍정적인 시각이었다. 제주와 부산에 등장하는 지역 항공사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던 일부 시민들은 이 항공사에 많은 기대감을 표시했다. 공항이 있는 광역시에 걸맞게 자체 항공사가 생긴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다. 또 국내 굴지의 대형항공사가 제멋대로 짜는 운항 시간표, 운항 횟수에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여유감을 느꼈고 저렴한 항공요금도 큰 매력으로 등장했다. 특히 대형 항공사의 편의 위주에 따라야 했던 울산~제주 노선은 이 항공사의 취항으로 이용객들이 시간과 요금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얻게 될 것으로 기대됐다. 또 산업시찰과 거래를 위해 울산을 찾는 외국인에게 울산~인천 신설 노선은 지역 항공사의 특성을 살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부정적인 시각은 주로 소규모 항공사에 대한 편견에서 시작됐다. 지역 항공사 설립을 ‘바람’에 편승하는 정도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본사까지 울산으로 옮겨 온 이 업체에 대해 지자체도 밋밋한 반응을 보였다. 당시 울산 본사에 와 있던 최고 경영진 중 한 사람은 “재정적 지원은 바라지도 않는다. 울산시가 우리와 업무협약(MOU)만 체결해 줘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2008년 10월로 취항 일정을 한 차례 미룬 이 업체는 당시 경영난에 봉착해 있었다. 울산시와 MOU를 체결하면 업체의 공신력이 높아져 금융권이나 국토해양부로부터 ‘제대로 된 대우’를 받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지 못한 이 업체는 지난해 7월 국토해양부로부터 부정기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취소당했다.
최근 울산시는 국토해양부, 한국공항공사, 항공사 관계자들과 울산공항 이용 활성화 대책회의를 열고 울산공항 이용객 감소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오는 11월 말 KTX 울산역이 개통되면 공항 이용객이 60%이상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논의된 대책 가운데는 신규 취항노선에 대한 재정적·행정적 지원 방안도 들어있다. 제주도에서 건너 온 어느 소규모 항공사의 열정을 2년 전에만 알았어도 지금 울산공항은 ‘KTX 피해 공황’에 시달리지 않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