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불레스 오불리쥬 (지위가 높으면 덕도 높아야 한다)
2009-04-29 울산제일일보
현대 프랑스어 문법에 의하면 위의 격언은 “La noblesse oblige”로 써야 할 것이다. 그러나 속담이나 격언은 고대 프랑스어 영향을 받아 흔히 명사구는 관사를 생략하여 사용하기에 여성 정관사 la를 생략하며 이 격언의 경우 운을 맞추고자 ‘bl’ 발음이 명사구인 ‘귀족’을 의미하는 ‘노불레스’에도 들어 있고 동사구인 ‘당연히 해야한다’는 의미인 ‘오불리쥬’에도 들어 있다.
그런데 이 격언이 현대로 넘어 오면서 그 적용 범위가 더욱 넓어지고 있다. 즉 사회 각 분야의 지도자급에 해당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 신분에 걸맞은 도덕적 책무, 즉 정직과 청렴 그리고 자신보다 신분이 낮은 타인의 어려움에 대한 배려 등을 다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고의 지위에 있을수록 그만큼 도덕적 책임은 더 중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고의 지위요 최고의 권세인 대통령 직을 지낸 분들의 퇴임 면모를 보자면 대체로 그 결과가 좋아 보이지 않는다. 많은 분들이 재직 중에 그 특권을 이용하여 부정부패를 일삼아 온 게 사실로 들어나고 있다. 이번에는 괜찮겠지 하고 기대를 하였건만 우리의 소망과 자부심은 또 무너져 내리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 국민을 배신하는 이러한 비도덕적 행위는 가뜩이나 살기 어려운 이 시대에 우리 모두가 다시 일어설 기를 꺾어버리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 지미 카터 대통령의 경우 재임시에는 도덕 정치를 외치며 바르고 정직하게 일했다. 어떻게 보면 유연성이 부족하여 너무 우직하게 일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기에 역대 대통령 중 그 치적이 별로지만 퇴임 후 청바지를 입고 어려운 이웃들을 위하여 집을 고쳐주며 세계를 누비는 모습은 너무 멋지다. 국가간 긴장이 팽배한 경우에는 그 현장에 달려가 중재함으로써 사건해결의 실마리를 터서 긴장해소를 하는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얼마나 존경스러운 모습인가!
경제가 어려운 이 시기에 사회 지도자는 자신보다 더 힘들어하는 이웃에게 다가가 물질로 음식으로 가진 지식과 뜨거운 사랑으로 같이 나누어야 한다. 헌혈하여 피도 나누고 사후 장기도 나누는 사랑이 바로 우리 사회 지도자들이 마땅히 실천해야 할 덕목이다. 이런 운동이 더욱 확대되어 지속적으로 실천되면 우리 국민 모두가 행복해질 것이라 확신한다.
나보다 더 힘들어하고 고통당하는 자들을 위해 그들이 일어서도록 돕고 배려하는 게 현대의 참 “노불레스 오불리쥬”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