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만년 혼혈 진화 ‘다인족 민족’”

게놈 해독기업 ‘클리노믹스’, 현대인과 고대인 게놈 273개 분석

2020-06-03     정인준
한국인이 수만 년 동안 혼혈로 진화한 ‘다인족(ethnic group) 민족’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박종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부 교수가 대표로 있는 ‘클리노믹스’는 158명의 현대인과 115개의 고대인 게놈(genome·유전체)을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3일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한국인에게 일어난 가장 최근의 혼혈화는 석기시대에 널리 퍼진 선남방계(북아시아 지역) 인족과 4천년 전 청동기·철기 시대에 급격히 팽창한 후남방계(남중국 지역) 인족이 3대 7 정도 비율로 혼합되면서 지리적으로 확산했다.

이런 결과는 생정보학(bioinformatics) 기술을 이용, 현대인과 고대인의 게놈 273개를 슈퍼컴퓨터로 분석해 도출했다.

결론적으로 한국인은 ‘수만 년 동안 동남아시아에서 여러 차례 올라온 사람들과 그 자손들의 복잡한 혼혈’이라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수십년간 논쟁을 일으킨 ‘중앙아시아 쪽에서 동쪽으로 대륙을 건너온 북방계와 남쪽에서 온 중국계 남방계가 혼합해 한국인이 형성됐다’는 학설이 잘못됐다는 것을 다시 증명한 것이다.

연구진은 2017년에 8천년 전 신석기 동굴인(선남방계)과 현대의 베트남계 동남아인(후남방계)을 융합했을 때 한국인이 가장 잘 표현됨을 밝혔다. 이번에는 추가로 4만년에서 수천 년 전 동아시아와 동남아 고대인 게놈 데이터 115개를 분석, 선남방계(북아시아지역인)와 후남방계(남중국지역인)의 혼합이 수천 년부터 있었다는 점을 증명했다.

박종화 교수는 “한국인은 생물학적으로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수만 년 동안 동아시아에서 확장·이동·혼혈을 거쳐 진화한 혼합 민족이다”라면서 “사회적으로는 단일민족이라는 통념보다는 중국을 비롯한 다양한 아시아의 많은 인족과 밀접하게 엉켜있는 친족체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옥스퍼드대 출판사 ‘게놈 생물학과 진화’(Genome Biology and Evolution) 5월 28일 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클리노믹스는 게놈 해독과 고급 생명정보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로 동북아 고대인, 최초의 고래 게놈, 호랑이 게놈, 한국인 표준 게놈 사업 등의 수년간 지원과 참여를 하고 있다.

정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