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를 양산하는 사회
2019-10-29 울산제일일보
‘정신질환자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남들에게 아무것도 아닌 척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 <조커>에서 주인공인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은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아서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데 그가 보는 세상은 “사람들이 미쳐가고 있다”라는 한 문장으로 시작되고, 압축된다. 자신이 미치광이란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간다. 광대 분장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항상 웃는 얼굴로 세상과 마주한다. 하지만 사회는 아서를 늘 천대하고, 소외시켰다. 아서는 정신치료를 위해 치료센터를 찾는다. 수년째 반복된 치료에도 아서의 담당 상담사는 기계적인 질문만을 내뱉는다. 아서는 갑자기 “어차피 내 말을 한 번도 이해해보려고 한 적도 없잖아”라고 소리친다.
지난 6월 울산에서도 영화 <조커>와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22살.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울산 조커’는 가족들에게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우울증, 불안성 인격장애 등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초등학교 때 반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고, 교실이나 화장실에서 거의 매일 맞았다. 울산 조커는 “엄마와 선생님이 걱정할까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마도 영화 <조커>의 아서처럼 자신이 정신병자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 같다. 울산 조커는 망상에 시달린다. 약을 먹으면 이상해질 것이고, 엄마가 나를 죽이려한다는 환상이 자신을 옥죄어왔다. 결국 불안감을 못이겨 낸 울산조커는 흉기를 들고 어머니를 무참히 살해한다.
영화 <조커>에서 아서도 자신을 ‘해피’라고 부르며 항상 웃던 어머니를 죽인다. 그러면서 “나는 내 인생이 비극인줄 알았는데 개 같은 코미디였어”라고 말한다. 이러한 비참한 결과를 가져오기 전에 방지할 수 없었을까. 사회는 조커를 양산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방치하고 있다.
정신질환자들을 가슴으로 보살펴주고, 편견과 공포심을 없애는 작은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들은 사회의 암적인 존재가 아닌 또 하나의 구성원이다. 다름을 이해하고 끌어안아야 할 때다.
조커로 변한 아서는 거울에 적힌 ‘put on a happy face’라는 문구를 보며 억지 미소를 짓는다. 이 시대의 조커들이 ‘put on’을 덜어내고 ‘아닌 척’, ‘행복한 척’을 안해도 되는 진정한 ‘happy face’를 볼 수 있는 변화된 사회를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