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개천의 용’이 되게 하려면

2019-07-18     울산제일일보

<아동발달>(제9판, Laura E. Berk 지음/이종숙·신은수·안선희·이경옥 옮김/시그마프레스, 8-9쪽)이란 책에는 우범지역에서 부모가 이혼하고 고교를 중퇴한 채 경찰서를 들락거리던 존과 게리라는 두 인물이 성인이 되어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예를 보여준다.

존은 30세까지 결혼을 하지 않은 채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고, 교도소에서 주로 보냈으며, 실직상태였고, 술을 매우 좋아했다. 대조적으로 게리는 학교로 돌아가 고등학교를 마쳤고, 전문대학에 들어가 자동차공학을 공부하고 주유소와 자동차정비공장을 운영했으며, 결혼해서 두 아이를 두었고, 저축하여 집도 샀으며,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에 잘 적응했다.

많은 연구결과가 환경적 위험 즉 빈곤, 부정적 가족관계, 부모의 이혼, 실직, 정신질환, 약물 남용 등이 아동의 미래를 예정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하지만 게리는 이러한 ‘확률을 깨고’ 상처를 말끔히 지웠다. 학계에서는 이를 탄력성, 회복탄력성, 리질리언스(Resilience)라고 하고,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재레드 다이아몬드 저/강주헌 역/김영사)란 책에서는 ‘선택적 변화(selective change)’라고 부른다.

여러 가지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게리의 삶이 바뀐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렇게 타고 났기 때문일까(선천적·생득적 요인), 아니면 자라온 주변 환경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일까?(후천적·환경적 요인)

<아동발달>의 관점에서는 이 두 가지 요인(선천적, 후천적)이 모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았다. 높은 지능과 가치 있는 재능들(예: 음악과 운동)이 스트레스가 많은 가정생활의 영향을 상쇄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보상받을 기회를 증가시킨다(개인적 특성). 온정적이고 적절히 높은 기대로 아동의 활동을 감독하는 부모와 잘 조직된 가정환경 역시 탄력성을 높여준다(온정적 부모관계). 아동과 특별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조부모나 이모, 고모, 삼촌 또는 아동과 특별한 관계를 갖는 선생님, 규칙을 잘 지키는 또래와 사귀는 것도 탄력성을 촉진시킨다(직계가족 이외의 사회적 지원). 좋은 학교, 편리하고 감당할 수 있는 건강관리와 사회적 서비스, 도서관, 레크리에이션센터와 같은 지역사회의 지원도 도움이 된다(지역사회 자원과 기회).

그렇다면 내 자녀가 지능이 높지도 않고,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재능도 없어 보이며(선천적 한계),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지원도 잘 못해주는 불우한 환경인데다 주변에 도움 받을 수 있는 친인척도 없고(가정환경의 제약), ‘맹모삼천지교’처럼 좋은 동네로 이사할 수도 없다면(지역사회 자원과 기회의 제약), 다시 말해 ‘개천’에 있는 존재라면 어떻게 이를 극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선천적 한계와 가정환경의 제약, 지역사회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에 할 수 있는 것은 내 자녀가 선생님이나 모범적인 또래와 특별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일이다. 주변의 ‘좋은 사람’과 가까이 지내며 ‘좋은 관계’를 맺게 하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우수한 공교육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학생들에게 특별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선생님들이 도심지와 촌락, 중심지와 벽지, 우범지역과 비우범지역을 가리지 않고 고루 퍼져 있고, 한 곳에만 머물지 않고 학교를 옮겨 다니며 근무하고 있다. 따라서 아이가 선생님과 특별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선생님을 믿고 의지하는 것이 내 아이가 여러 가지 선천적·환경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개천에서 난 용’이 되게 해주는 하나의 방법이다.

선생님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개천에서 용이 나는’ 방법이라고 소개했지만, 아동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어려움이 있어도 잘 극복하고 지내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과 행복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는 일일 것이다. 부디 자녀의 ‘성적’에 매몰되어 가족관계를 해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김종보 울산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상안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