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집배원 태부족 “과로사 위험 증가”
우정노조 “경남권 부족인력 170명 중 울산이 24% 차지… 송정지구 등 물류량 늘어”
2019-06-20 남소희
울산시 우체국 집배원들의 근로조건이 열악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과로사 위험이 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20일 울산지역을 담당하는 전국우정노동조합 부산지방본부(이하 노조)에 따르면 경남권 우체국 집배원 부족 인력 170명 중 24%인 42명을 울산에 추가 증원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은 울산우체국 21명, 남울산 16명, 동울산 5명 순으로 집배원 인원 부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울산지역이 북구 송정지구 등 도시가 급격히 커지면서 세대수가 급증했다. 또 소득수준이 높아 물류 이동이 높은 곳으로 집배원 인력이 가장 부족한 곳”이라며 “노조가 제시하는 기준인원 대비 170명의 인력이 부족한데 이 중 울산지역이 전체 부족 인력의 24%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울산지역 집배원은 310여명이다.
집배원 한 명이 3천~4천 세대를 맡아 1인당 하루평균 1천200건의 우편물을 처리한다. 일반우편물 1천 건~1천200건, 등기 100건~200건(300건), 택배는 40~50건 정도다.
지난해 10월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 정책권고안 발표에 따르면 집배원 연간 노동시간은 2천745시간으로, 한국 임금노동자 평균(2016년 기준 2천52시간)보다 693시간, OECD 회원국 평균(2016년 기준 1천763시간)보다 982시간 더 많다. 하루 8시간을 기준으로 각각 연간 87일, 123일을 더 일했다.
최근 5년간 집배원 안전사고 중 주요 업무용 운송 수단인 이륜차 사고가 전체 사고의 85% 이상을 차지하고 과로로 인한 돌연사도 늘고 있다.
현재까지 울산의 집배원 사망자는 없지만, 올해만 크고 작은 사고로 병가를 낸 집배원은 41명. 지난해 전치 2주 이상 부상으로 공상·상해 판정을 받은 집배원은 21명에 달한다.
이 같은 이유로 울산의 집배원도 과로사 위험에 얼마든지 노출될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울산의 집배원 처우개선에도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울산에서만 20여 년 넘게 일한 집배원 A씨는 “집배원은 ‘죽음의 직업’이다. 사고로 병가를 내도 담당구역에 배당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오래 쉬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동료들 간 휴가를 내지 말자는 암묵적인 약속을 한다. 한 명이 쉬면 예비인원이 없어 동료의 구역까지 맡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13일 충남 공주우체국 집배원 이은장씨가 심장마비로 숨진 데 이어 지난 19일 충남 당진우체국에서 일하는 집배원 강모(49)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한국노총 전국우정노동조합(이하 우정노조)에 따르면 강씨는 생전 특별한 병력이 없었고 지난 3월 건강검진에서도 ‘특이 소견 없음’ 진단을 받아 우정노조는 강씨의 사인을 과로사로 추정하고 있다.
우정노조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 집배원 175명이 숨졌다. 지난해만 20여명이 넘게 숨졌고 올 상반기에만 9명이 사망했다. 과로사 102명을 제외하면 28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국에서 집배원들이 과로사 등으로 잇따라 숨지자 우정노조는 우정사업본부에 처우개선을 촉구하면서 오는 24일 조합원 찬반투표와 내달 9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남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