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초보의 교육청 이야기, 그 두 번째
2018-10-14 울산제일일보
SNS의 대명사격인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검색 사이트로 유명한 ‘구글’처럼 실리콘 밸리의 많은 회사들은 또 다른 체계의 조직으로 되어 있다. 이런 유형의 조직들은 리더의 뜻과 지시에 따른 일방적 업무추진보다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사람이 의사결정을 내리고 이에 따른 책임도 의사결정을 내린 사람이 지는 역할조직(Role-driven organization)으로 ‘애플’이나 ‘삼성’과는 또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위계조직은 CEO 또는 일부의 리더 그룹이 목표(‘세계 최고의 기업’, ‘일류 기업’과 같은)를 정하면 다른 사람들은 그 결정을 대체로 따라가야만 된다. 반대로 역할조직에서 각 역할을 맡은 사람들은 목표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목표와 지향점을 일치시키기 위해 세부적이고 확실한 목표가 필요하게 된다. 즉, 구글의 목표는 ‘전 세계의 정보를 체계화하여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페이스북의 목표는 ‘커뮤니티를 이루어 모두가 더욱 가까워지는 세상을 만드는 것(Connection)’이라고 한다.
우리 울산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시교육청은 위계조직일까, 아니면 역할조직일까?
교육청 생활이 한 달을 갓 넘긴 ‘생초보’의 입장에서 뭐라 말하기가 무척이나 조심스럽고 어려운 문제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초보의 입장이기에 내부의 모습을 바라보는 시각이 좀 더 객관적 경향을 가질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 ‘왜?’라는 의문과 함께 ‘다른 방법은?’이라는 대안까지 좀 더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또 다른 관점은 그야말로 생초보가 갖는 시각의 장점이 아닐까?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은 취임 100일이 지난 노옥희 교육감이 선거에서 울산 시민들에게 약속한 교육 슬로건이다.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다르게 해석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 슬로건을 ‘위계조직+역할조직’의 목표로 해석하고 싶다. 위계조직 측면에서 보면, 교육감의 교육철학과 비전을 시민들에게 ‘약속’을 하는 동시에 공교육 종사자들에게는 울산 교육의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역할조직 측면에서 이 슬로건은 울산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현장의 교사들과 교육행정직, 학교 내 다양한 직종의 공무직들이 각자의 역할에서 서로 협동하며 힘을 모아서 함께 이루어가야 할 목표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개별 업무 담당자의 권한과 역할, 그리고 상호 토론과 협의가 좀 더 강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시교육청이라는 범위로 한정지어 본다면 ‘2국 2관 10과’라는 ‘위계조직’에 따른 업무추진과 동시에 함께 협의하고 소통하는 ‘역할조직’의 장점이 좀 더 확산되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팀별 협의 공간 확충과 개인별 좁은 업무 공간의 개선이라는 ‘업무환경의 개선’은 ‘위계조직+역할조직’의 장점이 활성화되어야 할, 울산교육청에서도 제법 시급한 문제임은 틀림없다. 물론, 생초보의 짧은 시각일 뿐이지만 말이다.
김용진 명덕초등학교 교사·교육청 파견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