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일상과 대비되는 ‘개츠비’
2018-07-03 울산제일일보
일명 ‘개츠비’로 통하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은 부의 편중이 만든 결과물이다. 그래서 세상이 불공평하다고들 하는지 모를 일이다. 앞으로 잘살게 될 거라는 희망마저 없어진 빈곤층이 많아지면 흑화(黑化)현상 등 사회갈등은 심화할 수밖에 없어 걱정이다. 흑화를 한자 뜻대로 그냥 풀어보면, ‘검게(어둡게, くろ) 되다’, ‘검게 변한다’ 같은 뜻인데, 선량한 인물이 어떤 일을 계기로 사악함에 물드는 것을 말한다.
각종 통계를 보면 부자 숫자는 확실히 늘고 있다. 그들만의 부만 증가하고 있다. 국세청의 자료를 보면 부자들의 상속재산과 증여재산은 가파른 증가 추세다. 국민 상위 0.47%가 총 금융자산의 16.3%를 보유하고 있다. 자산뿐만이 아니다. 매달 벌어들이는 소득에서도 부유층과 중하위층의 격차는 뚜렷해지고 있다.
물려받은 재산, 소득, 교육에서의 격차 탓에 계층 간 이동은 이제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사회적 엘리베이터는 붕괴했는가?’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소득 하위 10% 가구에 속한 자녀가 중산층에 도달하기까지 5세대가 걸린다고 한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계산했을 경우, 소득 하위 10%에서 중산층으로 올라서는 데 150년이 걸리는 셈이다.
문제는 부자들의 부가 늘어나는 동안 가난한 사람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층과 노년층이 몰려있는 1인 가구의 지출은 소득보다 더 많은 상황이다. 자살률도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 한국은 2003년 이후 2016년까지 13년 연속 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를 기록했다.
부(富)의 집중은 비단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라지만 우리는 이미 연간 경제성장률 3%도 버거운 저성장 국면에 돌입했고, 출산율도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고령화는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성장률 저하 등으로 기업의 투자심리는 위축되고 취업난은 가중되고 있다. 소비심리도 위축돼 자영업자들이 힘들다.
고도 성장기에는 취업 찬스가 많아 개인이 노력만 하면 역전할 기회가 열려있었지만, 지금은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서 그마저도 어렵게 됐다. 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적 안전망의 강화가 절대적이다. “산 좋고 물 좋고 정자 좋은 데 없다.”는 속담은 있다지만 서민들은 “산 좋고 물 좋고 얼쑤 좋다”를 갈구함을 위정자(爲政者)들은 곱씹어보길 바란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