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판사’ 문유석
2018-02-04 울산제일일보
그의 신상을 털자면 이렇다. 1969년생으로 서울 경복고(63회)를 나와 그해(1988년) 인문계 수석으로 서울대 법대에 들어갔고, 2007년에 하버드 로스쿨에서 법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7년부터 서울중앙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21년째 법복(法服)을 입고 있다.
그는 ‘글 쓰는 판사’답게 글 솜씨에 남다른 재능이 있다. 저서에 ‘판사유감’(2014.4), ‘개인주의자 선언’(2015.9), ‘미스 함무라비’(20 16.12)가 있고, 일간신문에 “문유석 판사의 일상유감” 또는 “문유석 판사의 세상일기”를 기고하는 중이다. 그중에서도 ‘미스 함무라비’는 오는 5월 옷을 ‘드라마’로 갈아입고 JTBC에 방영될 예정이다. 한데, 줄거리가 흥미를 자극한다.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약한 법원을 꿈꾸는 이상주의 열혈 초임판사, 섣부른 선의보다 원리원칙이 최우선인 초(超)엘리트 판사, 세상의 무게를 아는 현실주의 부장판사, 달라도 너무 다른 3명의 재판부가 펼치는 법정 드라마”라는 것.
“가해자들은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하다. 그들은 아무리 만취해도 자기 상급자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 이들은 절대 반성하지 않는다.” “단언컨대 우리 사회가 성희롱, 성추행에 대해 가혹할 만큼 불이익을 주는 사회라면 이들은 폭탄주 100잔을 먹어도 콜린 퍼스(영화 ‘킹스맨’ 주연 영국배우)보다 신사적인 척 할 것이다.…” 그는 “눈앞에서 범죄가 벌어지는데 그깟 출세가 뭐라고 그걸 보고도 애써 모른 체한 자들도 공범”이라 했고,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하며 제지한다면 이런 일(성폭력)은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원 스트라이크 아웃의 불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판사는 “나부터 그 한 사람이 되겠다”면서 “더 노골적으로, 가혹하게, 선동적으로 가해자들을 제지하고, 비난하고, 왕따시키겠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 마침표는 물론 ‘# Me First’로 갈음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지난해(2017) 1월 10일 새해 첫 칼럼으로 ‘프리미움 조선’과 중앙일보에 실린 ‘문유석 판사의 일상유감’은 한동안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킨 모양이다. ‘전국의 부장님들께 감히 드리는 글’에서 그는 “부장 직함을 달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나 자신을 포함한 전국 다양한 직장의 부장님들 및 이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분들이 명심하라”며 다음과 같은 당부를 ‘전국의 부장님들’ 귀에다 대고 했다. “경어체가 아님을 용서하시라”면서…. 지면관계상 맛보기만 소개한다.
“저녁 회식 하지 마라. 젊은 직원들도 밥 먹고 술 먹을 돈 있다. 친구도 있다. 없는 건 당신이 뺏고 있는 시간뿐이다. 할 얘기 있으면 업무시간에 해라. 괜히 술잔 주며 ‘우리가 남이가’ 하지 마라. 남이다. 존중해라. 밥 먹으면서 소화 안 되게 ‘뭐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자유롭게들 해 봐’ 하지 마라. 자유로운 관계 아닌 거 서로 알잖나.…(뒷부분 생략)”
김정주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