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일산중앙화장실 인근 ‘노인 쉼터’로 변질

바닥에 신문지·돗자리 깔고 장기 삼매경…
해수욕장 미관 저해 우려
노인들 “쉼터 부족” 하소연

2017-11-23     성봉석 기자
울산시 동구 일산해수욕장 내에 위치한 일산중앙화장실이 인근 노인들의 쉼터로 변해 해수욕장 미관을 해치고 있다.

특히 화장실 2층에는 관광안내소가 있어 타 지역에서 온 관광객들에게 일산해수욕장의 이미지를 손상시킨다는 우려까지 제기돼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3일 오후 울산 동구 일산해수욕장에 위치한 일산중앙화장실 앞은 인근에 거주하는 노인들로 북적였다. 12㎡ 남짓한 좁은 공간에는 노인 15여명이 모여 바닥에 신문지나 돗자리를 깔고 장기를 두거나,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바로 옆에 위치한 보행로에는 이들이 타고 온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주차돼 있기도 했다.

연인과 데이트를 하러 이곳을 찾았다는 김철호(21·가명)씨는 “경로당이나 쉼터 같은 곳에 계시면 좋을 텐데 찬 바닥에 저렇게 앉아 계시니 걱정되기도 하고, 별로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추운 날씨에 특별히 이곳을 찾는 이유가 있냐는 질문에 한 노인은 “여기가 바람도 막아주고 햇볕도 잘 든다”며 “다 동네 사람들인데 근처에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이곳에 오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현재 일산동에는 일산 경로당과 번덕 경로당이 있다. 해변에는 정자도 마련돼 있다.

경로당이나 정자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한 노인은 “경로당은 가입도 해야 해 번거롭고 너무 나이 많은 분들이 계셔서 좀 부담스럽다”며 “바닷가 쪽에 있는 정자는 추운 날씨에 바람을 피할 수 없어 안 간다”고 설명했다.

옆에 있던 다른 노인 역시 “뭐 다른데 가고 싶어도 쉴 곳이 있어야 가지”라며 “나이가 70도 안됐는데 경로당을 갈 수 있나”며 거들었다.

동구청 관계자는 “그분들이 오랜 시간 머무는 게 아니라 오후에 잠시 그곳에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노인 분들이 노숙자라면 계도를 할 수 있지만 지금은 다른 곳을 이용하시라는 안내 정도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관광안내소 고유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이곳을 쉼터로 활용하는 것은 어렵다”며 “야외 쉼터 역시 청소도구를 보관하는 창고 문이 그쪽에 있어 의자나 테이블을 비치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성봉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