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존망(存亡) 가르는 노조 경쟁력
2017-11-16 울산제일일보
특히 군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준중형 크루즈와 올란도 판매 부진은 심각한 상태다. 한국GM 군산공장은 2010년대 초반까지 풀가동 체제를 유지하다가 2013년 쉐보레 브랜드가 유럽 시장에서 철수하자 수출길이 막히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현재 군산 공장의 가동률은 30% 수준이다. 판매가 안 되다 보니 생산물량도 크게 줄어 공장 가동 일은 교대근무 없이 한 달에 고작 7~8일에 불과한 실정이다. 직원들도 좀처럼 지갑을 열지 못하고 130여개 협력사들도 경영난에 직면하면서 지역 상권은 우울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도 가동을 멈춘 데다 이곳마저 문을 닫으면 군산의 지역경제는 마비될 수밖에 없다.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생산라인 구조조정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한국GM과 지역경제의 현재 모습이 미래 현대차와 울산의 모습이 되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 회사를 적대시하고 파업을 일삼는 노조의 행태가 너무 흡사하고, 자동차를 만드는 사업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에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또한 회사 경영사정은 안중에도 없이 과도한 임금인상과 성과급 요구에만 매몰된 것도 두 회사 노조의 닮은꼴이다.
울산은 군산, 부평 등과 비교해 자동차산업 규모가 상당히 큰 만큼 현대차가 무너지게 되면 한국GM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충격이 울산 경제를 뒤집어놓을 것임은 분명하다. 최근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 대해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현대차 노조원들의 관심이 아직도 돈, 파업에 매몰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현대차와 지역경제의 미래가 걱정스럽다.
위기의 순간 비상경영에 돌입한 현대차와 전혀 다른 세상에 있는 듯 돈과 파업을 외치는 현대차 노조의 모습에서 올해 임단협은 험로가 예상된다. 현대차가 노조의 생떼를 여유롭게 받아줄 상황이 아닌 만큼 임단협이 해를 훌쩍 넘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필자만의 억측은 아닐 것이다. 한국GM의 사례처럼 노조의 경쟁력은 회사의 존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현대차 노조는 뿌린 대로 거둔다는 평범한 진리 속에서 한국GM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미래를 위한 씨앗을 뿌릴 때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주복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