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진 도시재생사업에 대하여
2017-09-03 울산제일일보
대표적 일본식 건물로 서울엔 구 서울시청, 한국은행, 철거된 중앙청 건물이 있고, 부산엔 구 부산지방기상청, 부산진 일신여학교, 부산근대역사관(구 미문화원)이 있다. 또 광주엔 전남여고, 남동성당, 전남도청, YMCA회관이 있고, 전남엔 구 호남은행 목포지점, 목포공립 심상소학교, 여수 구 청년회관, 나주경찰서 등이 있다.
그 중 건물 수가 많고 보존상태도 양호한 군산시는 본정통에만 관공서를 비롯한 건물 170여 채가 남아있다. 군산항 뒤 근대역사박물관 주변엔 군산세관 본관과 은행이 있고, 왼편엔 장미갤러리와 미즈상사 건물이 있다. 해망로 건너편 일본인 거주 가옥 ‘히로쓰’는 정원과 내부가 볼거리다. 신흥동엔 우리나라와 일본의 사찰 건축양식을 비교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일본식 절 동국사가 있다. 또 동국사 근처의 숙박시설 ‘고우당’ 주변엔 일본풍 카페와 음식점. 숙박시설이 점차 늘고 있다.
6,7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 읍·면 소재지는 어디를 가나 읍·면사무소와 파출소, 우체국, 역사(驛舍) 등 전형적 일본식 건축물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외벽은 하나같이 시커먼 나무판자를 겹겹이 포개 둘렀고, 지붕은 기와로 덮었으며, 창문의 틀은 직사각형이었다. 간혹 초등학교 졸업앨범에서 그 무렵 학교건물을 보거나, 도시 뒷골목이나 시골을 지나다가 이런 건물과 마주치면 과거의 아련한 추억에 젖기도 한다. 일본인들이 한국으로 여행 왔을 때 자기 나라 식 건물과 집단거주지를 보면 어떤 감회에 젖을까?
해방직후 동구 방어동엔 1940년대 전후에 건립된 ‘적산가옥(敵産家屋)’ 40~50채가 남아있었으나 현재는 그 수가 10여 채로 줄었다. 동구청은 항구·도시 재생사업의 하나로 적산가옥 같은 ‘역사적 유·무형 자산’을 보존·활용하는 사업에 나서고 있다. 일본 비젠시 대표단이 3∼5일 2박3일간 동구를 둘러보는 것도 이 사업과 유관하다. 비슷한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들이 똑같이 부딪히는 논란거리가 있다. “일제 청산이냐” 아니면 “미래를 내다보는 관광콘텐츠 개발이냐” 하는 논쟁이다. 이러한 논쟁에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명쾌한 해답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사업성과가 뚜렷하면 논쟁도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라 생각된다. 동구청에서 추진하는 이번 사업이 잘 마무리되어 논쟁도 종식시키고 눈부신 성과도 거뒀으면 하는 바람이다.
홍유준 울산동구의회 부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