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나니들의 ‘금수저 난동’
2017-01-08 울산제일일보
그러나 경상도 지방에서 들을 수 있었던 ‘개막내이’란 말은 느낌이 달랐다. 어릴 때 어머니나 누나의 입에서 이 말이 나올 때는 그저 ‘착하고 똑똑한 막내둥이’란 뜻의 애칭일 뿐이었다. 말을 건네는 가족도 말을 듣는 막내도 그런 식으로만 받아들였다. “아이고, 우리 집 개막내이!” 하면 말을 주고받는 양쪽 모두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발음은 비슷해도 ‘개망나니’(혹은 ‘망나니’)라고 하면 사정이 180도로 달라진다. ‘언행이나 성질이 아주 막되고 못된 사람’을 욕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심한 표현에 ‘개차반’이란 말이 있다. (참고로, ‘망나니’의 본뜻은 조선시대에 사형수의 목을 베는 사형집행수였다.)
요즘 들어 개망나니들의 망나니짓이 부쩍 자주 매스컴을 타고 있다. 가장 최근의 뉴스메이커는 3가지 혐의(특수폭행·공용물건 손상·업무방해)로 7일 쇠고랑을 찬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셋째아들 김동선 씨(27)다. 그는 지난 5일 새벽 서울 청담동 고급 술집에서 술에 떡이 된 나머지 종업원을 때리고 양주병을 휘두른 데 이어 경찰 순찰차의 좌석시트를 찢고 경찰관서에서도 욕설을 퍼붓고 소란까지 피웠다. 경찰은 구속영장 신청 사유서에서 “김씨가 재벌 2세로서 종업원들을 상대로 ‘갑(甲)질’ 횡포를 부려 죄질이 좋지 않고, 과거에도 비슷한 죄를 저질렀다”고 적었다. 그는 2010년에도 서울 어느 호텔 술집에서 여종업원을 추행하고 유리창을 부순 혐의로 입건 후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 역시 승마선수로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마장마술 단체전에 같이 출전한 최순실의 딸 정유라(21)와 ‘금메달 동기’라는 점이다.
셋째아들의 개망나니 짓에 김승연 회장이 대노했다는 소식이 없진 않았지만 네티즌들의 분노는 쉬 사그라지진 않는 것 같다. ‘펑튀기’란 매체가 인용한 댓글들이 참 재미있다. “부전자전이다. 한화가 아니라 ‘화나 그룹’으로 바꿔라.”/ “술집 종업원님들 어서 피하세요. 곧 아버지 ‘빠따’ 들고 찾아갑니다.”/ “이 정도면 유전과 가정환경의 환상의 콜라보(←collaboration, 협업).”/ “이 나라는 승마에 마가 낀 듯”/ “툭하면 사고치는 한화그룹…걍(그냥) 전문경영인한테 맡겨라.”/ “한화는 자식들이 항상 말썽이네. 나중에 경영자 수업 후에 어떻게 될지….” 사실 김승연 회장 역시 보복폭행 사건에 연루된 바 있고, 둘째아들 김동원 씨도 대마초를 피웠다가 망신을 당한 바 있다.
잊힐 만하면 불거지는 재벌 2,3세들의 ‘금수저 난동’, 개망나니 짓은 도대체 어디에 연유한 것일까? 혹자는 ‘밥상머리 교육의 부재’를 꺼내기도 한다. 여하간 그들에겐 공통분모가 있어 보인다. 의식의 밑바닥에 하나같이 ‘천민자본주의(賤民資本主義)문화’를 방석처럼 깔고 다닌다는 사실이다.
<김정주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