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즐거운 흥정소리에 활기 찾은 태화시장
“전국민의 성원에 힘입어 시장문 활짝 열었심더”
“아저씨 이거 너무 비싼거 아인교”, “아지매 뭐라카노, 이것도 정신없는데 겨우 마련한기라. 도와준다는 셈치고 마 갖고 가소”
오일장이 들어선 20일 태화종합시장에는 오랜만에 즐거운 흥정소리와 손님을 끌어모으는 상인들의 목청소리로 뒤덮혔다. 지난 5일 제18호 태풍 '차바'의 직격탄을 맞은 태화종합시장이 피해 16일만에 모처럼 활기를 되찾은 것.
물론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가 워낙 크기에 일부 상가들은 문을 열지 못했지만 상인들의 살고자 하는 생활력과 억척스러움은 여전했다.
이날 상인들은 새벽 일찍부터 좌판을 깔고 생선을 손질하고 고기를 삶는 등 손님맞이에 한창이었다.
시장 내에서 어류를 판매하는 대아수산 한재현(58)씨는 “태풍 직후 거의 열흘 이상 복구에만 매달려 장사준비를 할 시간이 하루 이틀 정도밖에 없었다”며 “아직 수해로 인한 상처가 커 마음이 착잡하지만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힘을 낼 수 있었다. 싱싱한 물건을 들여와 선보이는 것이 그분들에게 보답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즉석김밥 등 시장내에서 분식점을 운영하고 이순덕(62·여)씨는 “38년째 이곳에서 장사를 했지만 생전 이런 물난리는 처음 겪어봤다”며 “그래도 살아야 하기에 어제 밤부터 친구들과 열심히 장사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이날 태화오일장에는 특별히 장에 올 이유가 없음에도 시장 상인들을 돕기 위해 일부러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이 유독 많았다.
50여년을 우정동에서 살아온 강혜경(56·우정동)씨“앞으로 천원짜리 하나라도 더구매해서 상인들을 도울 수 있도록 자주 찾겠다”고 힘을 보탰다.
이날 박성민 중구청장을 비롯, 현대자동차 노사 등 각계 각층에서 시장을 방문해 물건을 사는 등 상인들에게 보탬이 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박문점 태화종합시장 상인회장은 “16일 만에 5일장이 다시 설 수 있을 만큼 빠른 복구가 되도록 전국에서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다시 찾아 주시는 모든 분들께 최선을 다해 좋은 물건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윤왕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