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자(前科者)
2014-12-02 울산제일일보
장발장은 가난과 배고픔에 못 견디어 빵을 훔쳤다가 체포돼 19년 동안 감옥살이를 하고 나왔다. 어찌나 냉대가 심했던지 잠 잘 곳조차 없이 그냥 길을 헤매다 신부의 도움으로 그의 숙소에서 잠을 잤는데, 다음 날 아침 숙소에 있던 비싼 은촛대를 훔쳐 도망갔다가 경찰에 다시 붙잡혀 신부한테 끌려갔을 때, 그 신부는 장발장이 훔쳐간 것이 아니라 그냥 준 것이라고 하면서 다른 촛대까지 더 준 것에서 크게 깨닫는다. 아마 이 점이 많은 사람에게 인상 깊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소설이다. 우여곡절을 겪은 뒤, 다시 성공하여 수양딸과 사위가 보는 데서 행복(?)하게 운명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소설 속의 그때는 물론이고, 지금도 현실에서는 전과자가 아주 다르게 인식돼 있다. 보통 사람들의 혼사(婚事)가 이루어지려고 할 때, 상대방의 가족은 당연하고 그의 먼 친척 중에서라도 전과자 있다면 멈칫하는 것이 현실적인 인식이다. 이런 일은 앞으로도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한테서 나타날 것이다. 다른 일에서도 어떤 사람이 전과자라면 최소한 마음속으로는 그 사람을 다르게 대할 것이다. 연좌제를 떠나 이렇게 대하는 것이 전과자가 되지 않아야겠다는 사회적 경고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말처럼 전과자도 그렇게 된 사정이 다 있다. 그런데 전과자도 전과자 나름으로 다르게 대접을 받는다. 교도소 수감자끼리도 어떤 죄로 감옥살이를 하는지에 따라 서로 다르게 대한다. 가장 멸시 받는 것이 사기꾼이다. 그야말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잡범들끼리도 사기꾼으로 들어온 사람에게는 사람대접을 안 한다. 다음이 강간범, 특히 어린 아이를 강간한 놈은 개 취급을 한다. 수감자끼리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 불륜을 저지르고 발각되어 형사처벌을 받고 들어온 사람이다. 예외가 있는데 수인번호 4001의 그녀는 자전적 에세이집에서 다른 수감자들이 얼마나 많은 호기심으로 그때 그 장면을 물어보고, 때로는 괴롭혔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대개는 신고식을 치르며 밝히게 되어있다. 그것도 구체적(?)으로 밝혀 대리만족을 시켜주어야 한다.
엄격하게 말하면 이런 전과자를 정치판에서 놀게 한 지역구를 언제나 밝혀주어야 한다. 아울러 비례대표로 추천한 사람들도 밝혀야 한다. 그래야 일말의 책임감이 살아난다.
<박해룡 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