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관희씨의남미기행문]천하제일 명산 피츠로이
2013-07-25 울산제일일보
공항에서 미니버스로 3시간을 달려 피츠로이(해발 3천402m)와 쎄레토레 트래킹의 출발지인 엘찰텐 마을에 도착했다.
엘찰텐 마을은 우리나라 설악산을 끼고 있는 ‘설악동’과 흡사했다. 바위산으로 둘러쌓여 있어 아늑했으며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트래커들로 활기에 차 있었다. 정년 퇴임하고 조용히 살고 싶은 마을이라는 생각이 필자의 가슴을 스쳐 지나갔다.
카비냐(방갈로)를 배당 받았는데 4인 1실이어서 우리 부부와 다른 일행 두 명이 함께 쓰게 됐다. 룸 메이트인 채경석 원정대장은 히말라야 학교 교장을 맡고 있는 여행 전문가여서 해박한 지식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 줬을 뿐만 아니라 세심한 배려로 불편함이 없도록 우리를 도와 줬다.
필자는 이번 여행을 통해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지 그 산지식을 채 대장에게서 보고 배울수 있었다.
또 다른 룸 메이트인 이상윤 선생은 내과 의사로 그림에 남다른 취미를 가지고 있다. 외국어에도 능통하다. 영어는 물론 스페인어에도 꽤나 정통하다. 이번 안데스 여행을 위해 스페인어 학원을 다녔다고 하니 그 열정을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선생은 내과 의사보다 현지 통역으로 우리들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
피츠로이 트래킹 전체 거리는 38km였다. 엘찰텐 마을에서 엘 필라 호텔까지 14km는 차로 이동했다. 이 호텔에서 포인세노트 캠프까지 가는 길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처음에는 브랑코 강을 다라 트래킹을 시작했는데 렝가스 숲과 고사목, 푸른 이끼, 이름 모를 종류의 야생화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거기다 멀리 빙하와 하얀 눈, 파란 호수를 안고 있는 피츠로이까지 눈에 들어 와 그 풍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아콩카구아가 그로테스크한 멋이 있다면 피츠로이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남미 최고의 명산(名山)이었다.
포인세노트 캠핑장을 지나 침봉 전망대에 올랐을 때 하얀 눈을 안고 에메랄드 빛 호수를 품은 채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흰 구름을 이고 있는 피츠로이를 봤다.
그 황홀한 풍경에 모두들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야, 피츠로이다. 정말 멋지다’ 우리는 모두 꿈을 꾸고 있는 듯 그 황홀경에 취해 있었다. 이번 남미 안데스 트래킹에서 그 곳에 영원히 살았으면 하는 곳이 딱 세 군데 있었다. 첫 번째가 피츠로이 산이고 다음이 이과수 폭포, 그 다음이 페리토 모레노 빙하였다.
침봉 전망대에서 카프리 호수로 가는 길 옆에는 고사목과 하얀 모래, 콸콸 흐르는 시냇물, 렝가스 숲이 이어졌다. 그 풍광이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나무 하나, 풀 한포기가 모두 분재감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파란 이끼와 형형색색의 야생화까지 어우러져 천상의 화원을 연출하고 있었다. 알프스나 히말라야보다 숲이 더 울창하고 그윽했다.
빙하, 호수, 나무, 야생화, 폭포, 숲 향기, 바위산- 어느 것 하나 모자람이 없는 곳이 바로 피츠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