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에서의 첫날 밤- 산티아고
남미에서의 첫날 밤- 산티아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7.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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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레 발파라이소시는 ‘천국의 골짜기’라는 뜻을 가진 도시로 200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항구를 둘러싼 마흔개가 넘는 언덕에는 색색의 페인트칠을 한 낡은 집들이 빽빽히 들어서 있다.
26시간의 긴 비행기 여행 끝에 지난 1월 11일 칠레 산티아고 공항에 도착했다. ‘아! 드디어 남미 대륙에 도착했구나. 이제 안데스 산맥의 재미있는 여행이 시작 되겠구나’ 설레는 마음을 달래며 입국 심사대에 섰다. 라면과 육포와 반찬을 조금 가져왔지만 음식으로 여기지 않아 세관신고서에 ‘음식 없음’이라고 기입했는데 곶감과 육포가 정체불명의 음식으로 분류돼 해명을 요구받았다. 내 짧은 영어 실력으론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해 옆에서 기다리던 정태영(55·거창) 사장이 거들었지만 결국 곶감과 육포는 검사 직원에게 뺏기고 말았다.

또 ‘음식없음’이라고 세관에 신고한 것이 허위로 인정돼 경위서를 쓰고 통 사정을 한 후에야 통관이 허락됐다. 칠레는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관계로 더욱 애를 먹었다. 그래서 남미로 트레킹 하려는 사람들은 영어로 표기된 완제품을 준비하는 게 좋다.

우여곡절 끝에 신티아고 공항을 빠져 나와 공항 밖으로 나가니 정태영 씨의 자제인 준걸 군이 마중 나와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또레 테글 아파트 호텔(Torre Tagle Apt Hotel) 로비에 도착하니 채경석 대장을 비롯한 원정대원들이 반갑게 맞아줬다. 당시 멕시코 마츄피츠를 비롯한 중남미 쪽 안데스 산줄기 여행을 마치고 산티아고에 들어온 일행은 7명이었다. 새로 합류한 3명(필자, 필자의 아내, 정태영)을 포함해 전체 인원은 10명으로 늘어났다.

저녁에 안데스 여행을 끝으로 귀국하는 한 사람을 위해 현지 가이드의 안내로 8시에 만찬이 시작됐다. ‘꾸란호(해물탕)’를 주문해 먹었는데 돼지고기, 닭고기, 조개, 새우, 연어 등 온갖 해물이 뒤섞인 잡탕이었다. 레드와인을 곁들여 푸짐한 만찬을 들고 11시가 넘어 남미에서의 첫 밤을 맞이했다.

다음날 오전 9시 호텔을 출발해 항구 도시 발파라이소로 향했다. 귀여운 ‘라마’가 풀을 뜯어 먹고 있는 휴게소에서 커피 한 잔을 들고 우리는 계속 달렸다. 산티아고 쪽은 사막지대여서 큰 숲이 없고 건조했는데 발파라이소 쪽으로 갈수록 푸른 숲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푸른 숲 사이에는 포도밭들이 마치 푸른 융단을 깔아 놓은 듯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칠레 와인의 본고장임을 실감하는 순간들이었다.

칠레의 노벨 문학수상자인 ‘파블로 네루다’ 생가를 방문했다. 마침 일요일이라 집안으로 들어가진 못하고 집 주변만 둘러봤다. 채경석 대장이 ‘파블로 네루다’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줬다. 그의 설명을 통해 네루다와 아얀데 대통령과의 우정에 대해 처음으로 소상히 알게 됐다. 네루다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유네스코에 등재됐다는 꽃동네가 있어 그 곳을 찾았다. 선원들이 자기 편한 대로 지은 집들이 모여 마을을 이뤘고 그 뒤 길이 났다고 했다. 꼬불꼬불한 길을 다라 집들이 다양하게 들어서 있었는데 집 벽에 벽화를 그려 넣어 마을 전체가 ‘꽃 밭’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나라 인천 규모인 발파라이소는 칠레 제1의 항구도시다. 특히 칠레 해군 본거지로 칠레를 좌지우지한다고 했다. 그날 저녁식사는 한 한국음식점에서 갖게 됐다. “어떻게 이곳에 정착하게 됐느냐”고 묻자 개업한지 10년이 넘었다는 여 주인은 “산티아고가 치안이 잘 유지되고 이곳 사람들이 정직하고 신뢰성이 있어 정착하게 됐다”고 했다. 정직, 신뢰, 안정. 그러고 보니 사람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덕목이 이런 거 아닌 가 싶었다. 남미로 이민 오고 싶은 사람은 대장급 여사장의 말을 참고하는 것도 괜찮을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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