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의원이라니!
초선의원이라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7.0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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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맹우 울산시장은 2002년 처음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었다. 야당후보에게 10%까지 뒤지다 역전승하더니 그 뒤 두 번의 선거에서는 마치 준비되어 있었던 것처럼 앞길이 활짝 열렸다.

사실 박 시장은 ‘뼛속까지 공무원’이자 ‘행정가’이다. 행정고시 25회 출신으로 경남도를 시작으로 내무부, 함안군수, 울산시 기획실장, 내무국장, 건설교통국장, 울산 동구청장 권한대행을 지냈다. 그를 행정의 달인, 뚝심의 행정가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언론이나 시민들의 평가도 호의적이다. 최근 한 시사주간지가 지방선거 1년을 앞두고 전국 광역단체장 행정능력 평가 여론조사를 했다. 박 시장은 ‘매우 잘하고 있다와 잘하는 편이다’를 합산한 ‘긍정평가’에 78.8%, 부정 10.9%로 전국 1위다.

시장 11년 동안 이룬 성과도 괄목할 만하다. 태화강은 생명의 강이 되었고 산업수도 울산은 생태문화도시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추가했다. 하지만 문화재단은 유보됐고 반구대 암각화는 논란 끝에 카이네틱 댐으로 봉합된 상태다. 실업률도 개선되지 않고 고령화 사회에 대한 지표도 썩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문수산 아파트 건설 특혜의혹, 일부 공무원의 뇌물수수 사건은 울산 공직사회의 청렴도를 좋게 보지 못하게 했다. 전체적으로 외형적 성장은 눈에 띄지만 내실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3선이란 세월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행정이나 정책, 사업의 연속성은 좋지만 한가지 색깔이 지속되면 조직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지방 의회의 말발도 잘 통하지 않는다. 조직의 창의력은 고갈되고 한 사람만 바라보는 폐단이 쌓이다 보니 앞서서 일을 저지르기 보다 지시에만 충실히 따르게 된다. 자칫 안정되고 편안한 분위기에 안주하거나 안일에 빠질 수도 있다. 행정의 독단, 독선, 강행이란 표현은 그래서 나온다. 또 아무리 달인이라도 11년을 사용하면 배터리도 방전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최근 박 시장의 퇴임 후 행보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언론은 총선 출마를 예측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현역 의원의 시장 출마와 그로 인한 보궐선거, 지역구까지 거론된다.

그런데 당선되면 3선 광역시장이 졸지에 초선 국회의원이 된다. 명예로운 3선 시장이 겨우 초선의원이라니!

여의도에선 당선 횟수가 힘이고 초선은 일정기간 훈련이 필요하다는 `초선의원 한계론까지 있는데 말이다. 울산시민들의 자존심이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정치인으로 변신하는데 대해 또 다른 말도 있다.

박 시장이 모범 공무원이고 성실해서 걱정이란다. 정치인은 착하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거나 칭찬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 이미지가 정치인으로서 무게감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행정가, 공무원이란 이미지를 빨리 탈피해야 한다. 정치인은 낭인이 되기도 하고 일정기간 수모도 견뎌야 하는데 이를 이겨낼 수 있을까. 그동안 호의적이던 언론은 언제까지 편들어줄까. 언론의 외면 속에 사람들의 망각을 어떻게 막을지… 애정 어린 시선에 기대 반 우려 반이다.

문제는 ‘감동’이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감동하고, '기득권 포기'에 감동하게 된다. ‘높은 자리에 있었지만 나와 다르지 않다’는 데에 감동한다. 그러려면 ‘박맹우스러움’, ‘박맹우 스타일’이 무엇인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스토리를 만들어 선거에 나서야 한다.

아니면 차라리 중앙에서 더 큰 일을 하겠다고 공개선언하든가 고향과 후배들을 위해 봉사에 전념하면 좋겠다. 정말 그도 아니면 경기도·경남도지사처럼 대권을 꿈꾸어 보든지… 3선 시장이 그들에 비해 뭐 부족한가. 울산도 대통령 후보 잠룡을 가질 수 있지 않은가. 초선의원이 되는 것보다는 낫다. 아무튼 시간은 1년 정도 남았다.

<김잠출 국장/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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