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도시 성장위해 ‘울산 스파이’ 소리까지 들었죠”
"화학도시 성장위해 ‘울산 스파이’ 소리까지 들었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6.25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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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구 한국화학연 신화학실용센터장
“대전 본원에 회의하러 가면 저보고 ‘울산 스파이’라고 해요. 요것 저것 울산만 챙긴다고 해서 붙은 별칭이죠.” 별명이 말해 주듯 울산은 이동구 박사의 제2고향이다. “2006년 울산시와 한국화학 연구원이 공동 출자해 울산지원을 설립했습니다. 지자체가 출자한 경우는 전국에서 유일합니다. 앞으로 화학산업의 고도화와 정밀화학 신소재 개발에 매진할 작정입니다” 이 박사가 울산과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은 것은 2007년 울산지원센터장으로 오면서부터다. 그는 2008년 명예 울산시민증도 받았다.

울산에 언제 어떤 연유로 오게 됐나.

화학연구원은 지역에 분원이나 센터를 건립한 전례가 없다. 울산이 처음이다. 울산은 우리나라 화학 산업을 이끌면서 국내 최고수준으로 성장해 왔으나 연구·개발(R&D)기능은 전국 최하위권으로 화학 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기술경쟁력이 취약하다. 그 단점을 보강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한국화학연구원을 유치했다.

2006년쯤 울산시에서 먼저 요청해 왔다. 솔직히 나도 처음에는 울산에 오는 걸 기피했다. 그러나 그때 나는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 고도화사업을 맡아서 청사진을 그리고 있었다. 또 지식경제부 산업원천로드맵 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정밀 화학산업을 고부가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런 연유로 승낙했다. 2007년 4월부터 울산테크노파크에 사무실을 하나 내 근무를 시작했다.

명예 시민증까지 받은 걸로 알고 있는데 울산 살기 좋은가.

울산과의 인연이 벌써 7년째다. 물론 전에도 프로젝트 관계로 간간이 다녀가기는 했지만 정기적으로 울산을 다니기는 2007년부터다. 그 때 기억이 난다. 기차를 타고 동대구역에서 내려 다시 울산행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데 방향을 잘못 잡아 울산까지 오는데 4시간 30분 이상이 소요된 적이 있다. 2008년 10월 1일, 울산 시민의 날에 덜컥 울산 명예시민증을 받게 됐다. 그 날 시민증을 받으면서 그때까지 울산을 위해 기여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이런 귀한 상을 받게 됐나 싶어 미안했다.

그날 울산을 위해 무언가를 기여하기로 결심했다. 그 이후 중구 유곡동에 신화학실용화센터가 들어서 울산 화학산업의 연구사업개발(R&D)을 같이 하게 된 일이 가장 인상 깊다.

이젠 울산이 하나도 낯설지 않다. “이 박사 ! 혹시 울산 스파이 아녜요 ?” 연구소 회의 중에 들었던 이 황당한 얘기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화학센터도 그 동안 많이 발전했다.

제조업의 기본소재가 화학산업에서 만들어져 제공된다. 따라서 화학 산업이 강해야 제조업 강국으로 발전할 수 있다. 특히 정밀화학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한 강소기업들의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산업화 초기에 울산을 중심으로 중화학공업을 집중 육성한 이유도 모든 산업의 발전을 위한 기본적인 전제조건이 화학산업이기 때문이다.

화학연은 세계적 수준의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연구개발 협력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화학분야의 국가대표 연구기관이다. 지금은 녹색화학 산업을 위한 기반을 다져 나가고 있다.

화학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사람들은 생활이 편리해진 이유가 자동차는 자동차산업, 컴퓨터·스마트폰은 전자 통신산업, 옷은 섬유산업처럼 해당 산업의 발전 덕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꺼풀만 벗겨 내면, 화학의 뒷받침 없이는 아무 것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것이 화학 산업을 ‘산업의 쌀’이라고 하는 이유다.

앞으로 화학센터가 해야 할 일도 많을 것이다.

울산지역 화학 산업을 지식기반 산업으로 고도화하고 기존 산업군과 신산업군을 연계하는 첨단기술 융합거점으로 육성해야 한다. 또 연구개발 성과확산을 위해 기술이전과 기술사업화를 적극 추진해 고부가 신산업을 창출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게 우선해야 할 일이다.

나아가 공공 및 민간연구기관과 울산대, 울산과기대와의 공동연구체제를 구축해 더 큰 연구역량을 발휘함으로써 울산이 세계수준의 화학 산업 허브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려면 어떤 조치들이 필요한가.

무엇보다 시급한 게 연구인력 확보다. 고급 인력들이 울산을 아직도 ‘변방’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최근 울산시의 적극적 협조로 이런 문제가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금년에도 박사급 연구원을 계속 채용하고 있으며 우수한 연구원들이 많이 지원해 전망이 매우 밝다. 또 본원에 있는 연구원 중에서도 울산 지역에 연고가 있는 연구원들이 내려온다. 신규채용 연구원들은 울산과 동남권 인력을 다수 채용하고 있어 연구인력 고용창출 효과도 거두고 있다. 또 정부선정 임무형 주요사업으로 선정돼 5년간 총 120억원의 연구비를 확보해 둔 것이 신규 인력유치에 큰 자극제가 되고 있다.

다음 인사이동 때 이임할 거란 이야기가 있다.

약 2개월 뒤 인사이동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이동에 대해 뭐라 말할 입장이 아니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 화학 수준은.

우리나라 화학 산업은 생산규모 세계 7위, 수출액 국내 2위의 핵심 산업이다. 그러나 첨단 IT 제품이나 정밀화학소재는 적자가 계속되고 있어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화학산업의 선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소품종 고부가가치 제품을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강소형 화학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기업들이 연구기관과 함께 힘을 모아 보다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운영을 해야만 기술 강국인 독일처럼 정밀화학 분야 중소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기술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현재 주력산업이나 미래성장동력 신산업에서 정밀화학소재가 차지하는 역할은 실로 막중하다.

‘아들과 함께하는 아버지 역할’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지난 연말부터 최근까지 가장 많이 나오는 이슈는 학교폭력 및 집단따돌림 관련 보도다. 학교폭력이나 왕따 때문에 자살을 한다. 그 원인은 학교나 교사에게 있는 게 아니라 먼저 가정에 있다. 인성교육의 60%는 가정에서, 30%가 학교, 10%는 사회에서 이뤄진다. 그리고 가정에서의 문제는 바로 아버지의 역할과 직결돼 있다. 저의 경우 학교 프로그램 속에서 대화 기회를 만들었다. 봉사활동, 학교 체육대회 점심 축구시합 등에 직접 참여했다.

특별히 울산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프로그램이나 교육기부가 있는가.

교육 기부는 너무 거창하고 나눔이라고 말하는 게 적절한 표현이다. 울산에 연구기관이 없다 보니 울산 학생들이 스펙 쌓기나 포트폴리오가 많이 부족하다. 우리 센터가 있는 곳에는 4개의 연구기관이 모여 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연구클러스터를 효과적으로 한 번에 탐방시킬 계획을 제안해 놓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실행에 옮길 생각이다.

글=정종식 기자·사진= 김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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