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세계를 이어주는 고리”
“바람은 세계를 이어주는 고리”
  • 주성미 기자
  • 승인 2013.06.24 21: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서 나고자라 결혼 후 평택에 작업실 마련
▲ 이하나作 ‘Repose of wind(바람의 휴식)’

“반구대 암각화 등 목판화 결합 울산 문화도시로”

지난해 ‘울산국제목판화페스티벌’에서 목판화와 설치미술을 접목한 작품 ‘종이비행기’를 선보여 눈길을 끈 판화가 이하나씨. 바람을 소재로 작품 활동을 해온 울산 출신의 판화가 이하나씨를 경기도 평택 기차역 인근 작업실에서 만났다.

지난 22일 경기도 평택 작업실에서 만난 이하나씨는 박사학위 청구전이자 개인전인 ‘바람으로의 초대’를 끝낸 직후라 지칠 법도 한데 다음달 열리는 울산국제목판화페스티벌(‘the Woodcut’) 준비로 여념이 없었다.

간판도 없는 작업실 문 안으로 펼쳐진 풍경은 여느 작가의 작업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꾸민 것도 없었다. 공간이 주는 느낌은 자연스러움 그 자체였다.

인테리어라고 할 것도 없는 그의 작업실 벽에는 개인전을 치르고 남은 작품 한 점이 덩그러니 걸려있었다.

울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하나씨가 울산, 서울 홍대 앞을 거쳐 평택에 작업실을 꾸민 것은 지난해 결혼을 하면서부터다.

남편의 직장이 있는 평택으로 옮긴 그는 “울산과 서울에서 작업할 때는 4~5명이 함께 사용하는 공방을 작업실로 사용했다”며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여러 사람들과 함께 공방에서 작업을 하다가 개인 작업실이 생긴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하나씨가 이번 ‘the Woodcut’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Repose of wind(바람의 휴식)’이다.

어두운 배경 위로 바람이 지나간 흔적은 나뭇잎의 흩날림으로 남아있다. 흩날리는 나뭇잎 사이로 자동차가 달리고 강아지 한 마리가 앉아있으며 두 사람이 서 있다.

남자와 여자는 양 팔을 벌려 인사를 건네는 것 같다가도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하나씨는 작품 속 ‘바람’은 치유라고 했다. 흔히 사람들이 기분전환을 위해 ‘바람을 쐰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 지난 22일 이하나씨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목판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바람은 새로운 환경과 세계로 이어주는 연결고리이자 하나의 기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울한 기분을 날려버리려 바람을 맞고 있으면 나쁜 기억보다 좋은 기억이 더 많이 떠오른다”며 “일이든 생각이든 새로운 길이 열리는 것. 그것이 희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강아지, 사람들을 하나의 기호라고 말했다.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는 것들은 각각 바람에 실려 날아온 기억을 대변하는 것들”이라는 설명이다.

이하나씨는 이번 ‘the Woodcut’에 작품을 출품하는 작가이기도 하면서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울산은 목판화와 잘 어울리는 도시라며 “반구대 암각화를 비롯해 전통적인 요소가 많은 울산에서 전통적인 요소와 현대적 감각이 만날 때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울산이 진정한 문화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울산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하나씨는 울산대학교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에서 판화를 전공했다. 그는 ‘바람으로의 초대’라는 주제로 올해 개인전을 열고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가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성미 기자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